“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
세계적 역사학자 E.H.카가 규정한 역사에 대한 명언이다. 그렇다. 역사는 시간의 연속성을 뜻하기에 카의 말은 공감이 크다. 그럼 시간만 흘러가면 다 역사인가. 아니다.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래서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라고 했나보다.

문제는 누구도 과거에 일어났던 모든 일에 대해 완벽하게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같은 시기, 동일 지역에 대해 서술한 역사임에도 서로 다른 이야기가 담길 수 있다. 역사 기록의 가변성이다. 6.25 한국전쟁을 보자. ‘한국전쟁의 기원’과 증보판 ‘한국전쟁’ 등을 출판해 파문을 일으킨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 미 시카고대 석좌교수의 주장은 가히 충격적이다.

커밍스는 1945년 이후 해방 공간에서 우익의 입지를 강화시킨 미국 정책에 따라 증폭된 한반도 내부 갈등이 한국전의 기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남침이라는 전통주의적 시각과 정반대다. 물론 1990년대 구 소련 해체 이후 옛 외교문서가 공개되면서 미국 측 자료에만 근거한 그의 이론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남침에 가담했다 숙청당한 뒤 해외로 망명한 북의 반체제 인사 등의 증언도 남침을 뒷받침하고 있음이다.

■대치하면서 협력 모색하는 대상

6.25전쟁이 벌어진 6월, 호국보훈의 달이다. ‘망전필위(忘戰必危)’, 전쟁을 잊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는 뜻을 되새길 때다. 지난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역사의 반복인가. 한반도 정세는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군사적 모험주의 위협을 지속해 한반도의 긴장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시계 제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의 북한 태도를 보자. 북한이 문재인 정부 출범 나흘만인 14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전격 감행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출범하면서 새롭게 정립될 남측의 대북정책과 미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제 압박이 상충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뤄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핵과 미사일 전력 증강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 스스로 국제사회와 담을 쌓고, 그 결과 체제 자멸의 길로 들어서는 최악의 수를 선택하고 있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 가겠다고까지 천명했다. 서훈 국정원장 내정자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조건으로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 북핵문제 해결 등을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북한의 비핵화를 원할 뿐, 체제 붕괴나 전환 등은 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낸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격 단행된 미사일 발사는 ‘선(先) 핵 억지력 확보, 후(後) 군축협상’이라는 북한의 기본 태도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현실에서 통일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북 간 교류를 유연하게 검토해나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남북 당국 간 협의가 필요한 현안에 대한 논의에 앞서 일단 박근혜 정부 후반기에 끊겨버린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부터 재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동계올림픽 공동입장 실현돼야

사실 남북교류가 장기간 단절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긴장을 완화해 평화와 협력의 물꼬를 터야 24일부터 열전에 돌입한 세계태권도 선수권대회에 북한 대표단이 참가한 것은 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이뤄진 남북 체육교류협력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한 선수단의 공동입장 등이 실현되면 스포츠를 통한 남북화합이라는 발판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적대국이었던 미국과 중국, 미국과 베트남이 핑퐁외교로 평화를 이뤘음을 기억하지 않는가.

하지만 북한에 잘못된 사인을 보낸다면 그것이야말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자칫 한·미동맹까지 손상을 받을 수 있다. 안보를 튼튼히 한 기반 위에서 남북교류가 가능하다. ‘손자병법’은 이렇게 충고했지 않은가. “적의 침략을 방어하는 것은 바르게 항상 대비하는 데 있고(御削防侵籍正常), 전쟁의 승리는 백성을 안전하게 하는 강한 군세에 달려 있다(勝戰安民任勢强).”  

사흘 뒤로 다가선 문재인·트럼프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이 굳건한 동맹관계를 재확인, 한반도의 평화통일의 단초를 여는 기회가 되길 기대하는 바 크다. 미군은 북한이 6·25 남침을 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자유를 지켰고, 우리는 그런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에서 자유와 번영을 이루었다. 이번 정상회담이 양국의 신뢰를 재확인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혈맹의 우의를 다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 성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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