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약 70년만에 신격호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한데 60대 두 아들의 경영권 분쟁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2015년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후계 문제를 다투는 중에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는데, 이런 과정이 결국 이사 퇴임에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형제 간 우애가 없으면 후한시대 최강 조조의 위(魏)나라가 3대 만에 결국 사마의 후손의 진(晉)에 멸망당한 것처럼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중국 후한 말 삼국시대의 ‘영웅’ 조조(曹操)는 서기 220년 사망한다. 이후 장남 조비(曹丕)가 위(魏)나라의 왕위에 올랐다. 문제(文帝)다. 문제는 비록 왕위는 차지했지만 셋째 동생 조식(曹植)에게 자격지심이 있었다.
문제가 조식을 불러 “일곱 걸음 만에 시 한 수를 지으라”고 했다. 못 지을 경우 이를 트집 잡아 처형하려 했다. 조식은 ‘형제(兄弟)’라는 시제(詩題)를 받자 일곱 걸음을 떼며 시를 읊었다.

“콩깍지를 태워서 콩을 삶으니/ 콩은 솥 안에서 운다/ (콩과 콩깍지는) 본래 한 뿌리에서 태어났거늘/ 어찌 이토록 다급하게 달여 서로 죽고 죽이는 사이가 되었는고.(煮豆燃豆萁 豆在釜中泣 本是同根生 上煎何太急)”

중국 문학사에 유명한 칠보시(七步詩)다. 애간장을 끊는 눈물의 시를 들은 조비는 자신의 졸렬함을 뉘우치고 동생을 놓아준다. 인류역사에서 권력을 둘러싸고 형제 간 피비린내 나는 살해극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 형제 간 분쟁은 주로 장자 승계의 원칙이 깨졌을 때 발생했다. 장자보다 동생 또는 이복(異腹)의 능력이 뛰어난 경우, 선왕이 장자가 아닌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기로 하면서 이에 불복한 형을 중심으로 분쟁이 빈발했다.

롯데그룹의 신동주-신동빈 친형제 간 분쟁은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이 장자인 동주씨 편을 들면서 국면이 바뀌었었다. 롯데가의 후계 갈등은 자승자박일 뿐만 아니라 재벌 구조개혁의 절박성만 웅변한다. 서로 양보해 화합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형제끼리 다투는 골육상쟁 공멸의 지름길이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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