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 올리브애드 CEO

광고에 있어서 카피(copy)란 글로 된 광고 메시지로, 그림으로 된 일러스트(혹은 사진)와는 구별이 된다. 우리나라에 copy란 말이 처음 도입됐을 때만 해도 카피와 복사(複寫)를 혼동하기도 했다. 1960년대 후반의 이야기다. 광고는 카피와 디자인의 결합이며 카피를 쓰는 사람을 카피라이터(copywriter), 디자인을 맡은 사람을 디자이너(designer)라고 한다. 광고는 카피라이터와 디자이너의 공동작업의 결과물이다. 카피라이터에는 CM(커머셜 메시지) 작성자까지도 포함된다.

카피라이터는 광고에 사용되는 글과 문장을 만든다. 사람들은 흔히 전문 카피라이터는 제품을 보기만 하면 곧바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카피는 그리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카피를 쓰기 전에 광고주 회사와 제품에 관련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그것을 소화해야 하며, 제품의 특성과 함께 소비자 심리를 이해해야 한다. 때로는 제품이 생산되는 현장에 직접 가보기도 한다. 기자가 좋은 기사를 쓰려면 발로 뛰어야 하듯이 카피라이터도 마찬가지다. 카피는 손으로만 쓰는 것이 아니다. 발로도 쓰는 것이다.

■ 발로 뛰어 쓴 카피일수록 성공

광고는 카피뿐만 아니라 일러스트, 사진, 오디오 등 많은 요소가 결합된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카피라이터는 모든 광고 제작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글만 쓰는 카피라이터는 진정한 의미에서 카피라이터라고 할 수 없다.

카피라이터가 지녀야 할 자질에 대해서 전설적인 카피라이터인 데이비드 오길비(David Ogilvy 1911~1999)는 카피라이터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6가지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첫째, 제품과 인간과 광고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주변 환경이나 제품, 소비자, 그리고 광고에 대해 항상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한다. 세상에 대해 만능이 돼야 한다. 그래야 좋은 카피를 쓸 수 있다.

둘째, 유머감각이 풍부해야 한다. 카피는 주목성이 있어야 한다. 주목을 받는 데 있어서 유머는 훌륭한 도구다. 광고제작 과정에서도 유머감각은 필요하다.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 가운데 훌륭한 카피가 잘 나오기 때문이다.

셋째, 튼튼한 체력이다. 카피라이터는 좋은 카피를 쓰기 위해 야간작업도 불사하고 마감시간에 쫓겨 몸을 무리하게 하기 쉽다. 카피라이터에 있어서 체력은 필수다.

넷째, 재미있고 자연스러운 문장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서와 습작을 많이 해 문장력을 키워야 한다. 거리로 나가 직접 고객의 소리를 들으면 실감나는 대화체 카피를 쓰는 데 도움이 된다.

다섯째, 비주얼적 사고를 지녀야 한다. 좋은 광고는 좋은 카피와 좋은 비주얼이 만났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낸다. 따라서 카피를 쓸 때는 늘 비주얼을 생각해야 한다. 훌륭한 카피라이터는 글 뿐만 아니라 훌륭한 비주얼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여섯째, 새로운 캠페인을 쓰려는 욕망이다. 카피라이터에게 더 나은 카피를 쓰려는 욕심이 사라지면 그에게 좋은 카피는 기대할 수 없다. 더 좋은 카피는 없을까, 마지막까지 고뇌하는 모습이 카피라이터에게 훨씬 더 중요하다.

요즘 정치인들이 하는 발언이나 논평을 들어보면 그들은 타고 난 카피라이터들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때로는 현란한 말솜씨에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촌철살인의 말들 뒤에는 뛰어난 문장가(카피라이터)들이 있다. 카피라이터가 일할 수 있는 영역은 무한히 넓다.

■ 글쓰기가 재미있다면 도전을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한 제한 조건은 없다. 뛰어난 자질과 부단한 연습만 있으면 된다. 앞에서 말한 제품과 소비자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학력의 제한은 없지만 그래도 전문대학이나 대학교의 국문학이나 광고 관련학과를 졸업하는 것도 도움은 된다. 또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서 주관하는 광고교육원의 교육과정이나 민간교육시설에서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도 있다.

고교 동창생 친구가 한 사람 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패스한 후 30년 이상을 정부 고위 관료로 일하다가 몇 년 전 퇴직했다. 퇴직 후 시골에 살면서 친구들의 단톡방에 가끔씩 시를 써서 올리는데 시가 범상치 않았다. 친구들이 앞다투어 시집 낼 것을 권했다. 그는 그 동안 틈틈이 써 놓은 글을 엮어 얼마 전 시집을 냈다. 사서 읽어보니 보통 수준이 아니었다. 기존 시인들과 견주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책도 꽤 많이 팔렸다. 그는 쓰고 싶은 시를 쓰고 사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다. 30년 이상을 공직 생활을 했지만 왜 진작 이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그 사람은 행복한 법이다.

글쓰기가 재미있고 소질도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금이라도 당장 카피라이터에 도전해 보자. 누가 아는가? 내가 쓴 한 줄의 카피가 제품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세기의 명 카피가 될 지.

이정백 광고대행사 올리브애드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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