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자산 70% 이상 부동산에 메여 정밀한 대비책 시급
입주 물량 폭탄 예고…규제일변도 옥죄기는 부담 분석

(사진 왼쪽부터) 손정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6·19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 열기가 한풀 꺾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은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과 재건축 규제 강화, 대출 규제를 통한 투기수요 차단, 과열 지역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오는 8월 중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통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기 도입 등 구체적인 규제 방식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부동산 정책이 단순한 원리금 상환 정책 등에 의해서만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제경제와 연동돼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해외자본이 우리나라를 빠져나가는 경우 외화부문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와중에 국내에서 경제위기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작금의 경제위기설은 가계부채, 자영업, 부동산이라는 3대 뇌관과 연결돼 있다. 이들 한 부문에 문제가 생기면서 다른 부문으로 위기가 전이되며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커지는 상황이 걱정스러운 것이다. 내수가 계속 침체되면 자영업이 힘들어지고 자영업자의 대출이 부실화된다.

이 경우 금융기관은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압류하고 이로 인해 경매물건이 증가하면 부동산가격이 폭락한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70% 정도가 부동산인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폭락은 일반 가계의 자산가치를 감소시키면서 부채상환 능력을 하락시키고 다른 가계의 추가 대출부실 가능성이 증가한다.

말 그대로 자영업, 가계부채, 부동산 문제가 서로 얽히면서 발생하는 ‘대차대조표 위기’의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인상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 사실 현재 우리 경제상황은 금리의 추가인하가 요구되는 수준인데 ‘트럼프노믹스’(트럼프정부의 경제정책)로 인한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강요된 금리인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금리인상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부실화되는 경우 악순환의 고리가 촉발될 수도 있다.

최근 부동산부문은 공급과잉과 수요부족으로 인해 가격 하락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인상이나 내수 부진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 요인까지 가세하면 부동산 내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화재에 자영업이나 가계부채로 인한 화재까지 가세하면서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에 외환부문과 함께 3대 뇌관에 대한 특별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부동산부문의 가격 하락 방지책이 중요하다. 또한 내수부문, 특히 자영업에 대한 부양책도 절실하고 가계부채에 있어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집값 안정은 중요하지만 집값 폭락은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을 현저히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위기설이 많이 유포될수록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

진짜 힘든 위기는 위기설이 퍼질 사이도 없이 발생하는 위기이다. 특히 우리나라 가계 자산은 70% 이상이 부동산에 매여 있어 당국의 정밀한 대비책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그럼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부동산 상황을 고려한 '선별적 규제'라는 데에는 견해차가 크지 않았다. 올 하반기 연내 미국 금리가 한 차례 더 인상할 예정인 데다, 입주 물량 폭탄이 예고된 상황에서의 규제 옥죄기는 부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손정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청약조정대상 지역이 국지적으로 적용된 데다, 신규 지정한 조정대상이 단 3곳에 불과해 강력한 규제책은 아니라고 평가된다"며 "부동산 금융규제와 관련해서는 실수요자 등 주거약자를 대상으로는 예외 적용한 것을 보면 적절한 강도의 규제를 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1.0%∼1.25%로 0.25%p 인상하자 한국은행은 물론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 은행의 대출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선 정부는 가계부채 부실화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으로 6·19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p씩 강화했다.

다만 DSR 조기 도입에 대해선 '바람직하다'는 입장과 '연장해야 한다'는 이견이 맞서고 있다. DSR 도입 시기를 두고 가계부채 증가율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반면, 취약계층의 대출 문턱이 높아져 금융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부채 급증을 막으려면 DTI 규제 강화로 원리금 상환 압박을 유도해 대출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방법에 대해 급진적인 규제보다는 DSR 규제를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희순 주산연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가계부채만을 바라보지 말고 앞으로 도래할 한·미 금리 역전현상과 입주물량 증가 등 시장 부담요소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는 LTV·DTI 등 부동산 금융 규제보다는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하반기 주택시장 안정화 국면 예상"
손정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6·19 부동산대책은 그 자체로 강력한 규제책은 아니라고 본다. 투기 과열지구보다 규제 강도가 약하고 청약조정대상 지역에 국지적으로 적용되는 데다, 신규 지정한 조정대상 지역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LTV와 DTI를 10%p씩 강화했으나 서민층과 실수요자는 예외 적용하기로 한 것을 보면 조정대상지역내에서도 실수요보다는 투기수요를 규제대상으로 삼고 있다. 주택시장의 경착륙을 방지하면서 급등 우려 지역에 대해 선택적인 규제를 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6·19 대책은 시장 시그널로써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정부가 국지적 시장급 등 현상이 지속될 경우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지방 전매제한 등 추가수단을 도입할 수 있다고 명확히 밝혀서다. 또 8월 가계부채종합대책에서 가계부채와 관련해 주택금융 제도의 개선 방향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입주 물량 증가와 금리상승 등 시장 수급여건도 지난해보다 악화된 상태여서 하반기 주택시장은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8월 가계부채종합대책은 총량규제가 포함될지, DSR 규제 관련 자율규제 외에 정부 차원의 목표치나 시한을 부과할 것인지, 가계 외에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한 관리가 포함될지, 신혼부부, 생애최초주택구입자 등 시장진입 실수요자에 대한 지원책이 어느 정도 규모로 포함될지 등을 이슈로 보고 있다.

 

"원리금 상환 압박 통한 대축억제 타당"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LTV·DTI 강화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압력이 생기게 되면 경제 전반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는 가계부채 문제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대출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

악성 가계부채 문제가 더 심화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원리금 상환 압박을 통해 대출을 억제하는 DTI 규제 강화가 더 타당하다. LTV는 파산시 잔존가치 보전을 위한 규제이므로 우리가 당면한 가계대출 억제라는 측면에서는 DTI보다는 효과가 작다고 본다. 더 나아가 새 정부에서 DSR 강화로 가는 방향도 바르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규제 강화로 일부 건설 경기가 위축될 수 있으나 가계부채 악화에 따라 우리 경제 전체가 받을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 DTI 규제 강화로 발생하는 이른바 '풍선효과' 문제나 채무상환이 곤란한 한계가구의 경우에는 정부의 긴급 지원 같은 다른 재정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정책수요자에 대한 정책 실효성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다.

 

"시장왜곡 초래하는 제도는 자제해야"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번 6·19대책의 금융규제 방향을 보면 예상한 대로 생각보다 강도가 강하지 않았다. 문제는 미국 금리 인상이 한 차례 더 있을 전망인데 이 경우 10년 만에 한국 기준금리와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만일 정부가 제도적으로 금융규제에 나서면 대출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실수요자들이 늘면서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늘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에 왜곡을 줄 수 있는 제도 마련은 자제해야 한다.

LTV·DTI 규제 강화는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보겠지만 부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 2∼3개월내 하반기 입주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미분양이 쌓이기 마련이다. 정부는 이에 어떻게 대응할 건지 의문이다. 여기에 국내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서 지방 부동산 수요가 증가하는 시장 구조도 아니기 때문에 지방 양극화도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DSR 조기 도입은 유예해야 한다. 만일 DSR을 조기 도입한다면 지역과 계층을 나눠 시범사업으로 점진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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