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쥐야 큰 쥐야 내 기장을 먹지 말아다오!(碩鼠碩鼠 無食我黍)”

가난한 백성이 탐욕에 눈먼 세금 징수 관원에게 ‘제발 지나치게 세금 좀 걷어가지 말라’는 하소연이다. 예부터 백성이 감당하기 힘든 세금은 큰 원성을 샀다. 시경의 ‘석서(碩鼠)’는 정권의 가렴주구를 탓하고 있다.
세금이 높으면 사람들의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

공자는 ‘호랑이보다 가혹한 세금이 더 무섭다(苛政猛於虎)’고 말할 정도였다. 그렇다. 세금은 적당해야 하며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매겨져야 하는 것이다. 많은 대가를 얻은 사람은 비례해서 많은 세금을 내야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세금을 적게 내거나 오히려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게 합리적이다.

물론 국가 운영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세수 확보이다. 국가의 여러 기능을 제대로 움직이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는 국민들에게 세금을 거둔다. 그러나 이러한 과세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고, 당연히 그에 따른 논란이 있다.

‘논어’는 공자의 말년 제자 유약(有若)이 백성의 형편에 맞는 조세 기준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있음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노나라의 군주 애공(哀公)이 유약에게 물었다. ‘올해도 기근이 심하다. 재정이 부족하도다.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유약이 대답했다. ‘왜 십분의 일의 세법을 쓰지 않으시옵니까?’ 애공이 말했다. ‘십분의 이로도 내 오히려 부족하거늘, 어찌 십분의 일의 세법을 쓰라는 말인가?’ 유약이 대답하여 말했다. ‘백성이 풍족한데 임금께서 누구와 더불어 부족하실 수 있으며, 백성이 부족한데 임금께서 누구와 더불어 풍족하실 수 있겠나이까?(哀公問於有若曰 年饑用不足 如之何. 有若對曰 ?徹乎. 曰 二 吾猶不足 如之何其徹也. 對曰 百姓足 君孰與不足 百姓不足 君孰與足).”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조세 정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서민 증세’로 비칠 수 있는 정책은 방향을 바꾸거나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 반면에 투기와 편법 상속·증여, 재벌 대기업에 대한 과세에는 단호한 입장이다. 정부가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의 합리적 조정, 일명 에너지 세제개편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정의 확립에 힘쓰길 기대한다. 민생을 살리는 조세정책이어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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