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며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휴대폰 비용절감을 위해 기본료를 내리라는 지시도 있었다. 최근에는 원자력발전소를 없앤다고 하며 화력발전소의 준공허가도 안 내준다. 지금까지 발표한 여러 정책의 수행 과정을 들여다보면 마치 정부가 아닌 특정 단체의 의견을 그대로 전달하는 느낌마저 든다. 정책 수행하는 데 있어 충분히 검토한 흔적은 보이지 않으며 ‘정부 스타일’과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부가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외치자 인천국제공항, LH공사 등 정부투자기관은 앞다퉈 정규직화를 공언한다. 적자가 나면 정부에서 메꿔 주니 ‘안심’하고 생색낼 만도 하다.

■ 정책방향 보다 우선한 실천과제들

일반적으로 정부가 하는 일은 국민의 생활을 가능한 풍요롭게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루도록 해야 하고 바깥으로는 국가의 지위와 국익을 위한 정책을 펴나가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북대치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다.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도 요구된다.

우선 국민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소득이 증가하고 물가가 적정하며 생활에서 제도적으로 어려움이 적은 것 등을 말할 수 있다. 휴대폰 기본요금을 줄여 이용 비용을 낮추는 것도 생활에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정책이 먼저 나오는 것인가? 국민생활을 보다 좋게 하려는 정책의 기본방향과 실천과제 중 하나의 요소가 되는 휴대폰 기본요금이 정책방향보다 중요한 것인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중소기업인 간담회를 열었다. 이때 참여한 여러 관련단체는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근로시간을 현행 최장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새 정부 방침에 대해 속도와 강약 조절을 주문했다.

그런데 국정위 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중소기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정부가 되고자 하는데 기업들도 비합리적인 부분을 개선하는 쪽을 생각해봐야 한다. 또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기로 하는 등 중소기업을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평가를 해주지 않고 마치 한국경영자 총협회(경총)처럼 얘기해 당황스럽다”고 지적했다.

■ 수행과정 ‘속도와 강약 조절’ 필요

이날 간담회 이후 중소기업중앙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자리 창출방안을 고심하겠지만 너무 일방적이라는 불만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업계 애로사항을 듣는다고 와놓고 일자리 창출이야기만 하니 선물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격 이었다”며 “결론을 이미 정해 놓고 하는 일방통행 식으로 할 거면 간담회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이 실제로 필요한 것은 알고 있는지, 아니면 시정해 주려고 노력을 하기는 한 것인가. 중소기업정책을 다루면서 해당 위원들이 중소기업 현장에 가서 현황파악을 했다는 기사는 없다. 중소기업 현황을 잘 아시는 분들이 선정됐으니 볼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같은 건의에 대한 해결방안은 제시하지 않는다. 이런 행동은 중소기업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행동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