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시비' 신고리 5·6호 공사 중단
신고리 원전 5·6호기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달 하순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원전 공사를 일시중단한 뒤 3개월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민배심원단에서 영구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무회의 이틀 후 한수원에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 한수원은 정부 방침 실행의 전 단계로 시공업체들에 공문을 보낸 것이다. 한수원은 지난 7일 첫 이사회를 열어 '공론화 기간 중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안건을 의결하려 했으나 법적 절차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무산됐다고 한다. 한수원은 금명간 이사회를 다시 열 예정인데, 한수원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진통이 감지된다.
한수원이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중단할 법적 권한을 가졌는지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지만 야당과 전문가 의견은 다르다. 산업부는 10일 "에너지법 제4조에는 공급자인 한수원이 국가에너지 시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포괄적 의무가 규정돼 있다"면서 "한수원에 공사 일시중단 협조 요청을 한 것은 위법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관계법상 원전 건설 중단과 취소를 결정할 권한은 국무총리실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갖고 있다. 그런데 산자부가 한수원에 공문을 보내자 위법 논란이 인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최종 중단되면 최저 2조6천억 원(정부 추산)에서 최고 12조6천억 원(자유 한국 당 추산)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론화 과정을 위해 3개월간 공사를 중단해도 근로자 임금 등 손실이 1천억 원을 상회할 것이라고 한다. 사실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영구 중단 여부를 3개월 이내에 결정하겠다고 발표할 때부터 너무 성급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공사 중단의 법적 근거조차 꼼꼼히 살펴보지 않았다면 그런 지적을 받을 만하다. 뒤늦게나마 정부는 공사를 이렇게 급작스럽게 중단하는 것에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부터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
■다수 전문가들 비판 의견 듣기를
사실 학계 인사들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음을 가볍게 여교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퇴역식에서 한 '탈원전 연설'과 관련, 왜곡된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경주 지진을 이유로 국내 원전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전체 원전의 누적 가동 연수가 1만7100년에 달하지만 그동안 지진 때문에 원전 사고가 발생해 사상자가 발생한 적은 없다는 주장이다.
국내 원전의 비계획 정지율(돌발정지)은 0.13으로 미국(0.8), 러시아(0.8), 프랑스(2.6)와 비교해도 세계 최고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안전성만 따진다면 원전을 없애는 게 옳을 수 있다. 하지만 탈원전을 외치기 전에 그것이 가능한지 현실적인 여건을 먼저 살펴야 한다. 우리나라 전력 공급에서 석탄화력과 원전이 작년 말 기준으로 39.3%, 30.7%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미세먼지 발생으로 노후 화력발전소가 폐쇄되는 마당에 원전까지 중단한다면 에너지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경제력에서 뛰어난 원자력의 강점도 무시할 수 없다. 전원별 전력 생산단가는 ㎾h당 원전이 48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169원, 풍력 109원보다 월등히 싸다. 문재인 정부는 다수 전문가들이 이처럼 ‘졸속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길 기대한다. /주필
황종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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