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또 터졌다. 아예 매뉴얼이 있나 싶다. 유명 대기업 오너가 운전사나 경비원 등 사회적 약자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등 이른바 '갑질'을 한다. 그러면 그 사실은 곧바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인터넷 공간으로 급속히 퍼져나간다.

누리꾼들이 들고 일어나 소비자 불매운동을 벌이면 하루 종일 실시간 검색순위 상위권을 차지한다. 오너는 마침내 당혹스런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서서 머리를 숙이며 사죄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다. 그 과정에서 열심히 일하는 오너 회사의 직원과 가맹점주, 소액주주 등 또 다른 '을'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다.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 등 기업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중견기업들이 창업주 개인의 막말과 돌출행동으로 홍역을 치른다면 규모가 큰 재벌 대기업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돼 아예 통과의례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5년 7월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에 경영권을 둘러싼 골육상쟁이 불거진 뒤 불투명한 지배구조, 총수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 온갖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며 지난 2년간 호텔롯데 상장 무산 등 경영 타임테이블이 계속 밀리고 있다.

명실공히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 또한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최고의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이전 박근혜 정부 당시 삼성그룹 승계 지원을 검토한 문건이 발견되자 삼성그룹 16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전날에 비해 20조원이나 증발해버렸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 빌 게이츠 재단의 활동에 대해 물어보면 회장 개인 신상에 대해선 모른다며 빌 게이츠 재단에 문의하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회장의 개인사와 회사의 경영이 분리된 것이다. 우리 기업 오너들도 이젠 세계 10위권의 중견 경제 규모에 맞게 자신의 행위가 회사와 조직원에게 영향이 안 가도록 하는 경영문화를 갖춰야 할 것이다. 자정의 노력이 없다면 집단소송제를 통한 손해배상 같은 법적인 강제수단이 강화될 것이다. 한국에만 있는 '오너 리스크'를 없애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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