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을 사명으로 한다. 충천하는 사기, 첨단 무기, 뛰어난 지휘력에 바탕한 전략전술, 그리고 충분한 군수지원 등이 필수적이다. 더욱이 남북 대치 상황에 있는 우리 입장에서 군이 본령을 수행토록 여건을 제공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이 이러함에도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적지 않은 무기와 보급품이 ‘불량품’으로 드러났다. 전력(戰力)에 큰 구멍이 뚫렸을 뿐만 아니라 장병들의 안위가 위태로울 소지가 커진 것이다. 이른바 방위산업 비리의 재연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조3,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이 부실덩어리 무기체계라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은 엔진이 꺼지고 빗물이 새는 등 기초적인 비행 안전성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결빙 성능과 낙뢰보호 기능 등의 엔진규격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수리온 전력화 재개 결정을 내린 장명진 방위사업청장과 이상명 한국형헬기사업단장 등 3명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실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후진국형 부패가 군과 사회 일반에 독버섯처럼 번져 있음이 재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방위산업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KAI로서는 설상가상의 상태가 됐다.

눈길 끄는 대목이 있다. 수리온을 실전 배치하는 과정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강대 동창생인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개입된 정황을 감사원이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점이다. KAI 방산 비리 사건 범위가 ‘윗선’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방산 비리는 비단 수리온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비리 개연성이 크다. 수사당국은 방산비리에 관해 이적(利敵)행위로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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