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9대책 발표 후 첫 주말인 지난달 25일 서울 은평구 증산뉴타운 'DMC롯데캐슬 더 퍼스트' 견본주택 앞에서 방문객들이 입장하기 위해 일렬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 단지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324가구 모집에 총 1만2305명이 몰려 37.98대 1의 경쟁률로 올해 서울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진=롯데건설
"선분양제로 청약과열·투기거래 만연"
국토연구원 향후정책과제로 도입제시
6·19대책 '효과 미미'속 대안 부상

일부선 주택공급·자금조달리스크 우려
주택시장 찬반논란 재점화 '진통' 예상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이 또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6·19 부동산 대책' 이후 관망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향후 정책과제로 후분양제 도입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후분양제를 놓고 찬반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도입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17일 발표한 '최근 주택시장 동향과 향후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주택 소비자 보호 강화와 서민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주택품질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와 점진적으로 후분양제 확대를 위한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후분양제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지 불과 한 달 만이다.

여기에 후분양제 도입이 언급되는 또 다른 배경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 강화와 전매제한을 골자로 하는 6·19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이 됐지만, 집값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자 '약발'이 다한 거 아니냐는 시선도 깔려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이번 6·19대책은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분양가상한제 등 강력한 규제책이 포함되지 않아 정부의 '고육지책'에 불과했다"며 "투기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선분양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송 실장은 "대규모 주택공급이 필요했던 과거 시기에 도입된 선분양제도를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현재 시점에서도 유지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청약과열과 분양권 전매 등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장은 "선분양제도로 인해 투기적 거래가 만연해 지고 주택의 개념이 투기적 상품으로 변질됐다"며 "소비자들이 거주할 집을 면밀히 확인하지 못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내는 실정인 데다, 원가절감이 목적인 건설사들이 불량자재 사용과 저임금노동자를 고용하는 등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자금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고스란히 분양가로 적용돼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분양제는 건설사가 주택 분양을 통해 소비자들의 중도금을 받고 2∼3년의 공사를 걸쳐 준공해 입주하는 방식이다. 건설사들은 이를 통해 자체적으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분양 과정에서 공사 비용을 쉽게 마련할 수 있어 원활한 아파트 공급을 할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후분양제도를 시행하려면 원활한 자금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금융 제도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선분양제는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공사대금을 충당할 수 있어 원활한 공급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며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사업비 대부분을 대출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 등은 결국 고스란히 분양가에 녹아들 수밖에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중견건설사 관계자 역시 "초기 사업비 조달 등 금융비용 부담이 커져 상대적으로 재정이 부족한 중견사에 불리하고 소수 대형사만 유리한 시장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건설사뿐만 아니라 은행 등과 합의를 이뤄가야 하기 때문에 산업 전반적인 합의와 구조 재편이 점진적으로 형성돼야 제도의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도 "건설비용 증가로 인한 분양가가 상승으로 인해 주택경기가 위축되면 내수경제로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며 "후분양제를 도입하기에 앞서 건설사들의 분양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주택금융시스템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점진적인 후분양 확대를 위해서는 건설자금 조달방식의 개편과 허가·착공·준공에 이르는 일련의 주택공급 과정의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평가체계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천규 국토연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금융기관의 역할이 커지게 될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자금조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면밀한 리스크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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