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 문건들이 최순실 씨 일당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 미칠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점이다. 문건 자체가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인데다, 청와대 내부의 여러 조직이 ‘국정농단 범죄’를 사전에 기획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업 총수와 관련해선 민정수석실은 법률적 검토로 접근할 문제고 정무수석실은 정치적 영역에서 푸는 부분과 금융관계 부분, 홍보수석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언론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 등 여러 가지 내용들이 있어 앞으로도 또 나올 수 있는 확장성과 폭발성이 크다는 점이 주목된다.
사안의 중대성이 이렇기에 검찰 안팎에선 청와대 자료가 국정농단 사건 수사 재개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들 문건에는 지방선거 판세전망 자료, 문화계 블랙리스트, 간첩 사건 조작, 국정교과서 추진, 세월호 유족과 애국단체 우익단체 연합 전사 조직 등 각종 현안에 관련된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 등이 포함돼 있다.
주목되는 바는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을 포함해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조사 문건이다. 여기엔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등이 쓰여 있다. 이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해석됐다.
이들 문건과 메모는 2014년 6월 11일부터 2015년 6월 24일까지 1년여의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만들어진 자료라고 한다. 특히 국정농단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단서가 들어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문건 일부의 사본을 특검과 검찰로 넘겼다고 밝혔다. 특검과 검찰은 문건의 작성 주체와 작성 내용의 진위를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이 생기기 않아야 하며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그 어떤 행위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잖아도 적폐 청산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정치 보복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적폐 청산 대상, 검찰의 방산 비리 수사 등은 전임 정권에서 모두 벌어진 일들이다. 강도 높은 개혁은 필요하지만 정치적 오해를 받으면 개혁의 당위성이 퇴색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청와대를 포함해 여권이든 야권이든 이 문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면 뒷감당을 못할 수도 있다. 정치적 고려없이 원칙대로 다뤄야 한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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