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협치(協治)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오랜 경제 불황과 한반도 안보 상황의 엄중한 현실에서 국내 정치의 안정은 안팎의 어려움을 여는 활로가 되기에 그렇다. 이런 측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당 대표들이 19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가진 것은 의미 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당 대표들과 회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여야 지도부 회동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참석했다. 홍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민주당이 반대했던 것을 이유로 문 대통령의 회동 제안을 보이콧 했다. 다만 다음 회동은 조건 없이 참석하겠다고 청와대 측에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홍 대표의 처신은 협량(狹量), 곧 속 좁은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근 가진 한·미 정상회담과 G20(주요 20개국) 회의 성과를 설명하고 정치지도자들과 결과를 공유하고자 했던 것이다. 외교안보 현안은 여·야가 따로 없는 국가적 과제이기에 때문이다. 물론 11조원여의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통과 협조도 당부하고자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국정최고지도자가 미국과 독일 순방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라면 당연히 참석해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비판적 의견이 있다면 제시하는 게 온당한 처신일 것이다. 불참 이유도 설득력이 없다. 민주당이 한·미 FTA 비준을 반대할 당시 당 대표는 손학규씨였다. 야권 통합을 염두에 두고 급조된 시민통합당의 전신 ‘혁신과 통합’의 상임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2개월간 지속된 한·미 FTA 반대 집회에 한 번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물론 문 대통령도 국리민복을 위해 야당과의 협력 모델을 공고히 하기 위해선 야권 의견에 좀 더 귀 기울여야 한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정부이기에 촉박한 일정상 조각(組閣)을 위한 후보 검증 등에 소홀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를 무리하게 밀어부친 것은 동의받기 어렵다. 예컨대 ‘인사배제 5원칙(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세금탈루, 논문표절)’을 제시한 문 대통령이 야당들에게 빌미를 제공했고, 야당은 그 ‘빌미’를 부각시켜 존재감을 나타내는 국면이 전개됐다. 남는 건 집권세력인 여권과 범야권 간 쟁투였고, 국민 삶만 어려워질 뿐이다.

오랜 경기 불황과 미증유의 안보 불안이 중첩되는 요즘 대한민국은 국난(國難)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임정권의 국정난맥이 부른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오늘이다. 마땅히 정치권이 앞장 서 활로를 열어야 한다.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국정의 파트너인 제1야당 대표가 빠진 청와대 회동 사진은 씁쓸하기만 하다. 다시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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