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H 진주사옥. 사진=일간투데이DB
- 빚 133조원 대규모 '부채공룡' 오명
- 공공임대 한 가구 확보에 1억원…정부 목표치 '부담'
- 전문가들, 공공임대 공급 가능여부 질문에 다소 회의적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문재인 정부가 매년 17만 가구에 달하는 공적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약한 가운데 13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를 뒷받침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LH의 자금여력으로 볼 때 공급량을 절반으로 줄여야한다거나 무리하게 정부의 사업을 뒷받침하다가는 부채 규모가 더욱 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LH는 '부채공룡'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는데다 새 정부의 공적임대주택 공급 확대 기조에 따라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어서 재정 악화는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LH에 따르면 정부가 매년 공급하기로 한 공적임대주택 연 17만 가구 중 공공기관이 공급해야 하는 공공임대는 13만 가구다. 이 가운데 LH가 10만7000가구를 진행하고 나머지는 SH공사 등이 맡는다. 추가 4만 가구는 민간자본을 동원할 예정이다.

LH는 문 대통령의 공약인 매년 17만 가구 임대주택 공급에 맞춰 투자금액을 늘렸다. 최근 LH는 사업비를 내년부터 4조5000억 원 가량 증액해 오는 2023년까지 연간 18조9000억 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3년간 연간 투자금액 평균인 18조1000억원보다 높다.

문제는 재원마련이다. LH의 부채가 상당한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매년 10만7000가구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목표치를 달성하기에는 여건이 녹록치 않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2016년 공공기관 재무실적 분석'을 살펴보면, 전체 공공기관 부채 499조4000억 원 LH의 부채비율은 133조3468조원에 달하며 이는 전체의 약 27%를 차지한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공공임대주택 한 가구를 확보하는 데 평균적으로 1억 원 가량의 비용이 드는데, 목표치를 차질없이 진행하려면 무려 10조7000여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임대주택을 많이 짓는 건 좋은 취지지만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이지 않다"며 "주거취약층을 위한 장기 공공임대주택이면서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해야 한다는 '공공성' 취지를 살려야 하는데, 문제는 공급해야 하는 물량이 막대하므로 이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적인 부채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대규모 부채에 따른 하루 이자만 100억 원대에 달하는 점도 부담이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당시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최근 5년간 23개 공공기관 부채 및 이자현황'을 살펴보면 LH의 금융부채는 87조4078억 원에 달해 하루 약 92억원의 이자가 발생하고 있다.

LH의 부채를 감안할 때 공공임대를 새로 공급한다는 측면보다는 기존에 공급한 임대주택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LH의 자금 여력을 볼 때 매년 10만 가구 이상 공급은 무리가 있어 목표치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며 "자체적으로 전국에 공급된 공공임대주택 116만 가구를 대상으로 수혜계층을 조사해 중복수혜가구를 걸러내고 잠재적인 취약계층 수요를 따져보면 5∼7만가구 공급이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기업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노선변경'을 하면서 부채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 정부 맞추기에 급급해 적자를 떠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결국 공사의 자본을 최소화하고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와야 된다는 말인데, 정부의 선택은 민간과 LH가 함께 공공임대 리츠(부동산투자신탁)를 출자하는 것"이라며 "문제는 공공임대리츠에 투자하는 민간자본의 요구 수익률을 맞추다보면 장기적으로 볼 때 민간이 수익을 가져가고 LH의 부채 규모는 더욱 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에 대해 LH측은 "공공입대주택 13만호의 기관별 공급물량 등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매입·전세 임대를 포함한 최근 준공물량이 9만호임을 감안하면 공급가능한 물량"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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