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국가적 의제에 대해 좀 더 정밀한 정책을 펴야겠다.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00대 국정운영 과제 발표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중점 과제로 선정했다.

하지만 당장 부처 수장 후보부터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원격 의료진료와 관련, “근본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서비스발전기본법에서도 보건의료 부문은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격의료는 시대추세이지 미래의 큰 흐름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빅데이터나 스마트단말기 등 정보통신기술(ICT)과도 밀접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다.
그런데 장관 후보자가 ‘의료민영화’라는 터무니없는 논리로 의료산업을 묶어놓겠다는 시민단체의 입장이나 대변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인터넷은행이나 자율주행차·드론 등 해외에서는 보편적인 산업이라도 규제로 옭아매는 탓에 제대로 싹을 키우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정치권과 행정부부터 변화를 선도하는 데 힘써야 한다. 특히 정치권은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역설했지만, 정작 구체적 정책이나 실행력이 안 보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4차 산업혁명 구호가 선거나 정쟁 수단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우리는 구미 선진국 및 일본 등에 비해 산업화에 늦어 20세기를 ‘비운’ 속에 보냈다. 그나마 20세기 후반 선진국을 빠르게 추종한 패스트 팔로우 역을 충실히 수행, 이젠 선진국 문턱에 있게 됐다. 그렇다면 21세기는 우리도 선두에서 이끄는 국가가 돼야 한다.

이미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저마다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짜고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있다. 독일의 경우 공장자동화를 핵심으로 한 '인더스터리 4.0' 전략으로 해외로 나갔던 자국기업 공장이 다시 독일로 돌아오면 제2의 산업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일본도 미래투자회의라는 기구를 만들고 정부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등의 옛 영광에 도취해 3차 산업혁명에만 머물러 있다.그나마 산업계에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법과 제도에 막히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의료와 IT분야 강국이지만 '원격의료'나 '로봇진료' 등이 법·제도 미비로 아직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뿐만 아니라 드론 등도 규제 장벽에 막혀 기술 개발이나 사업화에서 거북이걸음을 걷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산업융합을 통합 신산업 창출이다. 법·제도 패러다임 변화도 수반한다. 빠르게 변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과거형 산업에서 기득권을 향유하는 이들이 변화를 읽고 대처하는 자세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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