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부터 시작되는 ‘혐오’

[일간투데이 황한솔 기자] 지난해 5월 강남 한 빌딩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무고하게 살해된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성혐오를 사회적 현상으로 주목하게 만든 계기였습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모든 분야에서 뛰어나는 여성들에게 좌절하고 인정욕구에 시달리는 남성들이 극단적 혐오공격을 하는 것으로 이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하지만 혐오공격이 초등학교 교실에서 재현되고 있습니다. 성평등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교실에서 여성을 혐오하면서 공격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 10명 가운데 6명은 학교에서 ‘여성혐오’ 표현을 듣거나 접해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에 따르면 학교에서 여성혐오 표현을 ‘한 번도 듣거나 본 적 없다’는 교사은 40.8%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혐오 표현을 ‘드물게 경험’한 교사는 31.9%, ‘가끔 경험’ 17.9%, ‘자주 경험’ 7.4%, ‘항상 경험한다’ 2.1%로 집계됐습니다.

여성혐오 표현을 한 사람은 남교사가 48.5%로 가장 많았고 남학생이나 관리자에게서 여성혐오 표현을 경혐했다는 응답자도 45%이었습니다.

욕설은 이미 초등학생부터 성인들에게까지 생활화됐습니다. 특히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욕설과 성적표현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수도권 초등학교 4학년 C교사는 서로 절대로 써서 안 되는 욕설과 표현을 정했습니다. 평소 들었을 때 기분 나쁜 말을 얘기해보자고 하자 ‘니 얼굴 실화냐’, ‘밥도둑’, ‘인성쓰레기’, ‘기모찌’ 등 외모 비하 표현과 일본어 등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일본어들은 발원지가 일본 포르노여서 성적 맥락으로 통용된다는 점입니다. 

청소년들의 잘못된 표현이 고착화하는 데에는 문화적 배경도 한몫 했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개방적 대중문화와 성적 표현에 너무 쉽게 노출된 것입니다.

초등학교에 근무 중인 A교사는 최근 평소 모범생으로 알고 있던 남학생으로부터 성적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여학생의 신고를 받았습니다. 해당 남학생은 카카오톡이나 SNS을 통해 여학생들에게 갖가지 욕설이나 성적표현을 보냈다고 합니다. 

A교사는 “이전에는 학교에서 주먹으로 때리는 폭력이 비중이 컸다면 요즘은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성희롱이나 언어 폭력이 더 큰 문제”라며 “피해 학생이 피해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대처하기도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자극적인 콘텐츠와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BJ들은 초등학생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심한 욕설과 막말로 방송을 하는데 아이들이 이 것을 듣고 배워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2015년부터 인터넷 방송 심의를 시작한 방송통신위원회가 9차례 시정 조치를 내렸지만 짧은 방송 정지 후 방송을 재개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업자에게 방송 진행자에 대한 계약 해지, 해당 콘텐츠 삭제 등을 요구할 수 있지만 사업자가 이를 따르지 않아도 벌칙 조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터넷 방송은 방송이 아닌 통신에 속해 방송법의 적용 대상도 아닙니다.

끝으로 업계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사업자와 BJ가 수익을 나누는 구조여서 사업자는 가급적 방송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도에서 시정 조치를 내린다”며 “청소년들에게 미칠 악영향에 대해서 방송 진행자와 사업자가 공동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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