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취임 후 재계와 첫 간담회를 가졌다. 대화는 28일에도 이어진다. 대화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기업인들이 문 대통령과 새 정부의 경제철학 및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등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인식을 공유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간담회는 경제 활성화와 민생을 살리기 위한 대기업의 희생과 고통분담을 요구하면서도 재계의 애로사항을 접수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됐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과의 ‘호프’ 회동을 통해 대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당근책을 마련한 점은 대표적 성과물이라고 하겠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등에 대해 재계가 큰 반발 대신 공감대를 표시하자 보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규제프리존법’ 입법화 등 규제 완화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의 기대를 모으게 하는 내용들이다.

비정규직이 적은 ‘상생기업’이라는 이미지로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이례적으로 총수 간담회에 참석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대기업에 요구하는 일변도로 흘러갈 것이라는 예측은 기우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재계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인 배경 중 하나는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일정 부분 동의를 보낸 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대한상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관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인 저성장·양극화 문제의 동시 해결을 위한 정책 처방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또한 하반기 적극적 재정 집행이 경제 활력과 민생 안정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반응했다. 여기에는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부터 4대 기업 경제연구소장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재계의 현실을 뚫어보고 있다는 점도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을 정도다.

이번 청·재계 간담회가 기대 이상으로 평가 받는 것은 나름 몇 가지 요인이 있다. 먼저 형식적인 면에서 파격적이라는 사실이다. 15대 그룹 가운데 농협을 제외한 14대 기업의 오너나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중견기업인 식품회사 오뚜기 CEO가 초대됐다.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간담회에 중견기업이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하도록 사전 시나리오 없이 대화를 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일정에 쫓기는 오찬 대신 만찬을 택해 실질적인 대화가 가능하도록 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주목되는 바는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초대된 오뚜기는 1969년에 설립된 식품회사로 비정규직 비율이 1.16%에 불과하다. 오너가 150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완납하고 상생협력을 실천해 온 모범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뚜기의 참석은 그 자체로 대기업들에 무언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런 자리가 더욱 자주, 긴밀히 이뤄지길 바란다.

대기업 대표들도 오뚜기가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한 의미를 다시금 새겨 봐야 한다. 할 말은 하되 경제적 기여 못지않게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재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직시하고 향후 사회적 책무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 또한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에 걸림돌이 되는 기업 규제는 우선순위를 정해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오늘 있을 2차 간담회가 더욱 알찬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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