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의 대결 구도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 격동의 한반도다. 미국일본 대 중국러시아가 대척점에 서 있다. 한반도 정세가 그만큼 크게 요동치고 있다는 뒷받침이다. 우리의 4강 외교 해법이 긴요해졌음을 뜻한다.

실례를 보자. 북한이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미국 하원은 북한을 포함해 29일 러시아·이란까지 제재법안을 하나로 묶은 패키지 법안을 가결했다. 대북제재 법안에는 원유공급 차단, 외화벌이 봉쇄 등이 담겨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돕는 개인·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여기에는 중국 및 러시아 기업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제3국 개인·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이처럼 북한 측 편을 드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미국이 주도적으로 제재에 나서지만 한계가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 대 중·러 간 대결 구도가 점차 굳어지면서 유사시 예기치 못한 군사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마당에 북한의 미국 본토까지 도달 가능한 미사일 도발은 북핵 해법을 둘러싼 미·중 갈등을 키우고 동북아의 긴장을 계속 고조시키고 있다.

■미·일 VS 중·러 대결구도 더 뚜렷

문제는 북한의 불투명한 미래다. 특히 중국이 자신들을 돌보는 국제사회의 후견인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고 해서 안주해도 좋을까. 아니다. 공짜는 없는 법이다. 비밀문건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 정부의 외교전문에는 “한반도 일부를 중국에 할양하는 방안”이란 의혹까지 제기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우에 불과할까. 불행하게도 개연성이 없지 않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중국에 예속되는 북한 경제를 심각하게 봐야 하는 것이다. 북한은 원유의 90%, 소비재의 85%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자원의 70% 이상을 중국에 팔고, 대외교역의 75%를 중국에 기대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이미 ‘중화인민공화국 조선성(省)’으로 전락한 셈이다. 남루하기 짝이 없는 오늘 북한의 초상화는 만성적 식량난에 꼬리를 무는 탈북 행렬에 여실히 드러나 있다. 게다가 북한 정권 공백시 중국군의 ‘평양 입성’ 가능성은 한반도의 영구분단을 우려케 한다. 중국 선양군구 소속 제39 집단군구 제190 기계화보병여단 지휘본부에는 한반도가 포함된 군 기동훈련 대형 지도가 걸려 있다고 하니 ‘조선성’, 곧 ‘동북4성’으로 전락할 우려가 현실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한반도 주변 4강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북한은 군사분계선에서의 상호 적대 행위 중지를 위한 우리의 남북군사회담 제안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았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흔들리게 됐다. 정부는 더 이상 남북대화에 기대를 걸어선 안 된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공조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정부는 4강 대사 선임을 서두르고 외교 전략에 한 치 빈틈이 없어야 한다. 특히 혈맹 미국과 엇박자를 내선 안 된다. 외교는 한 번 방향을 잘못 들어서면 국가안보에 엄청난 위해를 가져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원교근공 4강 외교로 새지평

우리나라처럼 분단국가로서 북한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처지에선 정치·경제·군사적 맹방이 두드러진다.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본 축으로 한·미·일 협력, 중국·러시아 등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한반도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데 큰 보탬이 된다. 당연히 주변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긴요하다.

먼 나라와 화친하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한다는 뜻인 ‘원교근공(遠交近攻)’의 고사를 되새겨보자. BC 270년 중국 전국시대에 종횡가인 위(魏)의 범수(范睡)가 진(秦)의 소양왕(昭襄王)에게 진언한 것에서 유래했다. 전국책이나 사기에 의하면 범수는 가까운 나라를 그대로 두고 먼 나라를 공격하는 진의 대외정책은 실효를 거두기 어려우므로 반대로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소양왕은 이 말을 받아들여 제(齊)·연(燕)·초(楚) 공격을 멈추고, 한(韓)·위(委)·조(趙) 3국을 공격했다. 이 ‘원교근공책’은 나중에 진나라가 천하통일을 이루는 기본 이념이 됐다. 역사는 우리에게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 북한과 첨예한 정치군사적 대치를 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어떻게 4강을 끌어안고 통일외교를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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