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사람중심의 경제' 기치 아래 '소득주도 성장'을 내건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어울리는 '맞춤형 선물' 보따리를 두둑하게 챙겨서 청와대를 방문, 문 대통령을 흡족하게 했다. 이번에 발표된 상생·협력방안에 눈에 띄는 점은 사실상 대기업과 한 몸이 돼서 사정이 그나마 나은 1차 협력사뿐만 아니라 2·3차 협력업체까지 그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대규모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해 협력업체의 자금 융통을 원활하게 도울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작업장 환경 개선 등 노동 여건을 좋게 함으로써 중소 협력업체와 비정규직 등 이른바 '을(乙)'들의 움츠렸던 어깨가 오랜만에 펴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일시에 할 수 있는 일을 그동안 '왜 못했는가' 또는 '왜 안했는가' 하는 의문과 '생색내기용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일어나는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일자리 창출하는 기업에게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립 서비스만 할 뿐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탈(脫)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등 기업의 부담만 늘리고 있다며 불만스러워한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대기업들이 이번에 내놓은 상생·협력을 위한 약속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면 새 정부가 그만큼 노동계를 비롯한 사회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큰 명분을 얻을 수 있다. 국민들 또한 기업의 상생·협력 대차대조표를 보고서 정부의 기업지원에 공감과 지지를 보낼 것이다. 신뢰와 협력은 여유가 있는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 때 시작된다.
이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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