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 27, 28일 양일간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미국 순방길에 경제인들이 함께 해 이미 상견례를 했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소득세 인상 등 정권 출범 초 진보 어젠다를 쏟아 낸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국내에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며 업무지시 1호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일자리 창출을 정책 제일 목표로 삼은 문 대통령으로선 정부의 성공을 위해 경제의 한축인 기업인들의 협력이 절실하다. 기업인들 또한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정책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한한령(限韓令)으로 대외 수출여건이 악화돼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와의 소통창구가 간절하다.

재계는 '사람중심의 경제' 기치 아래 '소득주도 성장'을 내건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어울리는 '맞춤형 선물' 보따리를 두둑하게 챙겨서 청와대를 방문, 문 대통령을 흡족하게 했다. 이번에 발표된 상생·협력방안에 눈에 띄는 점은 사실상 대기업과 한 몸이 돼서 사정이 그나마 나은 1차 협력사뿐만 아니라 2·3차 협력업체까지 그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대규모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해 협력업체의 자금 융통을 원활하게 도울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작업장 환경 개선 등 노동 여건을 좋게 함으로써 중소 협력업체와 비정규직 등 이른바 '을(乙)'들의 움츠렸던 어깨가 오랜만에 펴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일시에 할 수 있는 일을 그동안 '왜 못했는가' 또는 '왜 안했는가' 하는 의문과 '생색내기용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일어나는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일자리 창출하는 기업에게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립 서비스만 할 뿐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탈(脫)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등 기업의 부담만 늘리고 있다며 불만스러워한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대기업들이 이번에 내놓은 상생·협력을 위한 약속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면 새 정부가 그만큼 노동계를 비롯한 사회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큰 명분을 얻을 수 있다. 국민들 또한 기업의 상생·협력 대차대조표를 보고서 정부의 기업지원에 공감과 지지를 보낼 것이다. 신뢰와 협력은 여유가 있는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 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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