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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성 칼럼] 일본에 대한 관견(管見)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 일간투데이
  • 승인 2017.07.31 09:49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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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글이 제법 많다. 그 중 미국인(베네딕트)의 눈으로 본 ‘국화와 칼’보다 이어령 선생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더 감명 깊게 읽은 기억이 있다.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일본어 출간이 있은 후 우리말로 번역됐고, 이후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로 번역될 정도로 명저의 대열에 속한다.

오랫동안 일본을 탐구한 연구결과는 넓고 깊이가 있고 신뢰성이 있지만, 찰나의 경험은 관견에 불과하다. 관견(管見)이란 대롱 구멍으로 사물을 본다는 뜻인데, ‘좁은 소견’을 말한다. 필자는 북해도 대학의 초청으로 2개월간 삿포로에 와 있는데, 40일간의 경험으로 일본을 쓴다는 것이 결례일 수 있으나, 용기를 내보았다.

■ 절제와 배려 넘치는 국민성

첫째, 일본에는 80년대 우리에게 그토록 인기였던 ‘소니 워크맨’이나 ‘조지루시 코끼리 밥솥’과 같은 상품은 더 이상 없었다. 일본을 들를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사고 싶은 물건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감사할 뿐이다.

특이한 점을 발견했는데, 백화점 핸드폰 매장(삿포로의 경우)에 삼성은 없고 애플의 아이폰 뿐이란 점이다. 축소지향의 일본인에게 ‘컴퓨터, 계산기, 카메라, 녹음기, 전화기’ 기능을 모두 지닌, 손안에 들어가는 작은 기기는 당연히 소니의 제품이어야 했을지 모른다. 세계 핸드폰 시장은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 두 시장으로 양분돼 있는데 갤럭시가 거의 없는 매장을 보면서, 일본인의 혐한의 결과라기보다는 내재된 우월의식의 상처로 인한 기피로 느껴졌다.

둘째, 음식에 대한 그들의 집념은 지나치리만큼 열정적이다. 일본음식은 먹을 때 주저하게 된다. 음식을 먹는 것이 아름다운 예술품을 파괴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작품을 먹는 것이 왠지 야만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먹거리에 관한 한 일본의 “다양, 전문, 열정, 정직”은 분명 우리가 배워야한다.

또 음식의 양도 작고, 버려지는 음식이 거의 없는 식사문화 역시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일본의 중년남성이나 여성의 몸매가 뚱뚱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됐다. 소식(小食)과 절제의 결과가 아닐까 한다. 일본은 음식 외에도 모든 분야에 장인정신이 배어 있다. 자신의 (세분화된 좁은) 분야에서 최고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 같다.

셋째, 그들의 절제에 주목하고자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태 때 일본 국민이 보여준 침착함에 전 세계가 놀랐다. 그들은 역시 선진국 국민의 자세가 몸에 배여 있었다. 전철이나 버스, 음식점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선진 국민답게 조용하고 교양이 있다. 우리가 중국보다는 훨씬 점잖고 조용하다고 만족할 수 없다. 일본인의 상냥함은 가식적이라고 비아냥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식도 이 정도면 웬만한 진실보다 낫고, 이 정도의 가식이라도 우리 몸에 배었으면 한다.

넷째, 속도는 느리지만 철저했다. 일본 사람들은 기다리는데 철저하다. 또 기다려주는데도 철저하다. 택시나 버스를 타고 내릴 때, 보행자나 앞 차에 대한 배려 또한 철저하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초대형도시를 제외한 일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수준의 기다림이 몸에 배어 있다. 일본을 근거 없이 무시하고 별것 아니라고 하는 국민은 전 세계에서 우리 국민이 유일하다. 일본은 전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국가는 아니지만 전 세계가 인정하는 나라다. 또 좋아하고 또 가고 싶어 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 과거사엔 반성없이 철저히 외면

다섯째, 일본인들은 예의바르고 친절하며 남에 대한 배려가 넘치고 폐를 끼치지 않으려 하는데 철저한데, 일본의 역사왜곡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잘못에 대한 시인도 사과도 반성도 없는데,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고 지지를 얻기 위해 정치인만 그러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가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남의 나라의 대사를 2년(한국 근무경험은 12년) 넘게 지낸 사람으로서 주재국을 노골적으로 얕보는 내용의 책을 출간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다. 정말 그가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다. 돌아갈 집이 있고 기한이 정해져 있으니, 모처럼 주어진 짧은 생활을 보람되게 사용하고자 한다. 돌아갈 천국소망을 갖고 사는 사람에게도 이 땅에서의 길지 않은 삶 역시 보람되게 사용돼야 한다. 돌아갈 집이 있어 행복하다.

김학성 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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