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7일 열린 1심 선고에서 징역 3년형을 조윤선 전 정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돼 석방됐다.

문화예술인들이 결성한 '적폐 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는 28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김기춘과 조윤선 등에 '블랙리스트' 관련자에 대한 1심 선고를 규탄한다"며 "현행법이 허용하는 한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지원 배제를 넘어서 국가 폭력과 헌법 유린 행위에 대한 사법 정의를 구현하라"며 "2심 법원은 이들에 대한 혐의를 더욱 엄격하게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블랙리스트 관련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으며,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는 징역 2년,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53)과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여기에 비하면 김 전실장과 조 전장관의 1심 판결은 법조인에 대한 제식구 감싸기에 따른 예의와 온정주의가 아닌가 하는 심정을 지울 수 없다. 국민들은 이런한 사법부의 결정에 사실상 국정농단 주범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 이라는 분석과 법은 과연 정의 인가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들이 특정적 지위를 이용해 저지른 범죄 행위가 파괴한 사회적 손해가 얼마나 큰 것인지, 그들이 저지른 악행이 민주주의를 얼마나 후퇴 시켰는지, 대한민국의 국격은 얼마나 추락시켰는지 헌법의 법조항만 따질 것이 아니라 국민 대다수의 법 감정에 납득할 수 있게 중형을 선고해야 마땅하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정의의 여신’ 디케(Dike)는 두 눈을 가린 채 저울을 들고 있다. 법과 정의를 세우려면 심판 대상의 지위고하를 가리지 말고 엄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혈연이나 재력, 권력에 정의가 굴절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지금으로부터 2400여 년 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따르면 "정의란 같은 것은 같게 대우하고,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는 것, 즉 각자에게 각자의 몫을 주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이후 수많은 철학자와 사상가들은 ‘각자에게 각자의 몫을 주는 것’에 대해 논쟁해왔다. 이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다.

물론 롤즈는 정의론을 ‘A Theory of Justice’ 라고 했다. 정의에 관한 유일한 해답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각 사회 공동체마다 서로 다른 정의의 원칙들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독립 유공자와 그의 가족들에게는 국가가 부여하는 일정한 혜택이 있다. 국민들의 합의에 의해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였기 때문에 그로 인해 특혜를 허락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희생이 다수의 이익에 헌신했다면 이를 보상해주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한 개인이 국가에 중대한 위해를 끼치고 국민 자유와 행복권을 침해 했다면 그에 따른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과 정서이다.

법률은 정부나 국회의원이 발의해서 입법 과정을 거쳐 공포, 시행된다. 그렇다면 그 법은 언제나 정의로운가? 답은 ‘항상은 아니다'. 형법 제250조에 의한 살인의 단죄는 정의롭다. 타인의 생명을 앗아간 사람을 처벌하기 때문이다.

1930년경 미국에서 어느 노인이 빵을 훔쳐 먹다가 재판을 받게 되었다. 판사가 노인을 향해 “늙어서 염치없이 빵이나 훔쳐 먹고 싶습니까?”라고 물었다. 노인이 그 말을 듣고 눈물을 글썽이며 “사흘을 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때부터는 아무 것도 보이지를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라과디아 판사는 이 말을 듣고 한참을 고민하더니, 노인에게 “절도죄로 벌금 10달러에 처한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방청석에서는 인간적으로 사정이 절박해 판사가 용서해 줄줄 알았는데, 해도 너무한다며 여기저기서 술렁대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판사는 판결 후 10달러 지폐를 꺼내고는 “그 벌금은 내가 내겠습니다. 내가 이 벌금을 내는 이유는 그 동안 내가 좋은 음식을 많이 먹은 죄에 대한 벌금입니다. 나는 그 동안 좋은 음식을 너무 많이 먹었습니다. 오늘 이 노인 앞에서 참회하고 그 벌금을 대신 내드리겠습니다.”

이어서 판사는 “이 노인은 재판장을 나가면 또 다시 빵을 훔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여기 모인 여러분들도 그 동안 좋은 음식을 먹은 대가로 조금씩이라도 돈을 기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그 자리에 모인 방청객들도 호응했고, 그 모금액은 당시로는 적지 않은 47달러 50센트나 되었다.

판사의 선고처럼 빵을 훔친 죄는 빈부귀천을 떠나 공평하게 판결해야 한다. 그러나 그 판결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것은 그 대상의 형편을 고려해 사회적 약자에 유리하게 해석하고 집행해야 한다. 이것이 정의일 것이다.

40여 년 전에는 사법부가 야학을 했다고 민주주의투쟁을 했다고 사형을 집행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시대적 상황과 배경은 비록 다르지만 법을 뛰어넘는 초법적인 판단이었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의 국정농단 관련 재판은 면죄부를 위한 초법적 행태의 재판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정도로 법의 잣대는 관대하기만 하다.

법과 정의 사이에서 무엇이 옳코 그른지? 법은 항상 정의가 아니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적패 청산을 통한 나라다운 나라건설을 위해 사법부가 절대다수 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여 시대적 사법정의가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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