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별 성격 분석 유래와 바넘·포러효과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 성실하고 세심하다.

‧ 원칙을 잘 지킨다.

‧ 다정다감하고 배려할 줄 안다.

‧ 상처를 잘 받고 소심한 면이 있다.

‧ 걱정이 많고 생각이 깊다. 잘 참는다.

여러분의 성격과 비슷한가요? 이것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도는 혈액형별 성격 중 ‘A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온라인에서는 이처럼 혈액형에 대한 ‘너는 이렇거나 저럴 수 있다’는 식의 성격 분석 글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사실일까요? 정말로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나뉘어져 있을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거짓’입니다. 애초에 인간의 성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후천적인 환경 요인’을 완전히 배제한 것이지요. 다시 말해 A형은 그렇게 소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과학인 척하고 있네…유사과학

‘혈액형에 따라 인간의 성격이 결정된다’는 식의 논리는 20세기 초 유럽에서 유래됐습니다. 당초 진화와 혈액형의 관계를 연구하는 단계였지만 이것을 악용해 ‘인종’ 간의 우월성을 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1927년 일본의 철학자 후루카와 다케지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혈액형으로 성격을 구분 짓는 기준을 만들어냈고 1970년에는 방송 프로듀서 노미 마사히코가 이에 대한 책을 썼는데 이것이 우리나라에 고스란히 들어온 것입니다.

이와 같이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할 조건들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 ‘과학’이라 포장된 것을 ‘유사과학’ 또는 ‘의사과학’이라고 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내 이야기다’

하지만 사람들은 ‘너는 이렇거나 저럴 수 있다’라는 식의 성격 묘사를 쉽게 믿어버립니다. 이는 바넘효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바넘효과란 사람들의 보편적인 성격‧심리적 특징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심리적 경향을 뜻합니다. 1940년대 말 심리학자 버트럼 포러가 증명한 것으로 ‘포러 효과’라고도 합니다.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성격 검사를 실시하고 개별적으로 ‘동일한’ 결과지를 나눠주었습니다. 그리고 평소 자신의 성격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평가해보도록 했는데 5점 만점에 4.26이라는 높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모두 같은 내용인데도 말이죠.

이러한 심리는 심리테스트나 별점, 타로점, 무속인의 점괘 등에서도 나타납니다. 우리는 그 점괘의 결과를 아무 의심 없이 믿게 되죠. 그래서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 무엇이든 지나치면 해가 되는 법

물론 혈액형별 성격이나 점, 심리테스트를 믿는 것은 잘못된 일은 아닙니다. 단순히 재미로 보거나 마음의 위안을 얻을 때, 또는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참고하는 수많은 것들의 하나 정도로만 인식한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지나친 '편견'을 갖게 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그것이 '믿음'이라는 이름 아래 심각한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지난 3월, 모녀가 무속인의 말 한마디에 아이를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아이에게 귀신이 들렸다”는 무속인의 한 마디에 그들은 딸이자 손녀를 무참히 때렸고, 결국 숨진 것입니다.

무속인들은 대부분 그 사람이 보여주는 억양이라든지 비언어적인 표현, 헤어스타일, 취향을 보면서 사람에 대한 마음을 읽는 ‘콜드리딩’이라는 심리학적인 기술을 씁니다. 자신의 말을 무조건 믿게 만들며 때로는 위의 사례처럼 상대방을 조정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죠.

무엇이든 지나치면 해가 되는 법입니다. 혹시 점을 보러 가신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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