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오랜 기간 불황이다. 산업의 양극화로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글로벌 경쟁력 있는 업종은 잘 나가지만 대부분 산업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공장을 못 돌리고 있는 형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6%로 전분기(72.8%) 대비1.2%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들이닥친 2009년 1분기(66.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제살리기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 특히 현실성 있고, 선제적인 규제개혁이 필수적이다.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손톱 밑 가시’를 뽑고 규제 개혁의 물꼬를 트는 것은 국민의 권익 증진과 기업의 지역 투자 활성화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취지가 이렇기에 1980년대 이후 적극적인 규제개혁을 외치지 않은 정권이 없었다. 국가경쟁력 강화, 세계화, 경제위기 극복, 기업친화적 환경조성, 창조경제 등 목표에 대한 표현만 달랐을 뿐 그 구체적 방안의 핵심은 규제 개혁이었다.

■카카오뱅크 돌풍과 ‘은산분리’

문제는 적시성과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규제개혁을 제때 제대로 하라는 의미다. 예컨대 은행의 관행에 일대 신선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보자.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출범 닷새 만에 개설 계좌 100만건을 넘어설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4개월여 전에 출범한 K뱅크 또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리와 수수료, 대출에서 기존 은행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가격의 서비스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송금수수료는 물리지 않으며 대출금리는 최저 연 2%에 불과하다. 대출도 간단한 신용조사를 거쳐 즉시 이루어진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기에 가능한 일이다.반면 시중은행들은 어떠한가. 가계는 1천400조 원에 육박하는 빚을 짊어진 채 허덕이는 삶을 살고 있는 데 은행들은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예대마진 확대로 시장도 깜짝 놀랄 정도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이 가계부채 위험 관리는 뒷전인 채, 이자 장사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카카오뱅크 돌풍은 가만히 앉아 수익을 챙기던 은행의 관행에 일대 변화를 불러올 것임이 자명하다. 소비자는 값싼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은행들은 부랴부랴 수수료를 내리고 소득증명이 필요 없는 모바일 소액대출상품을 내놓았다. 조직 개편에도 들어갔다. 이른바 ‘메기 효과’가 현실화한 것이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銀産)분리’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은행법은 일반 기업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10%로 제한하고 있다. 의결권은 4%까지만 허용한다. 이는 카카오뱅크와 같은 새로운 은행의 탄생을 막는 족쇄로 작용하게 된다. 대출이 늘어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본을 늘려야 하지만 이 규제로 인해 자본을 더 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K뱅크는 이로 인해 예금·대출액이 1조원을 넘은 두 달 만에 직장인신용대출을 중단해야 했다. “메기는 송사리로 변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국회에는 인터넷 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지분을 50%까지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먼지만 수북이 쌓였다. 낡은 규제로 어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고 금융선진국을 꿈꿀 수 있겠는가.

■4차 산업혁명 시대 맞는 법 개정

차제에 부처 간 칸막이에 막히거나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가늠하지 못해 뜨뜻미지근한 사물인터넷(IoT)과 드론, 자율주행차, 바이오헬스 및 원격진료 등 신산업 분야의 규제를 대거 풀어야 한다. 그래야 산업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규제 개혁은 역대 정권마다 부르짖었다. 그러나 별무성과다. 잡초를 베고 뿌리까지 뽑아낸다는 뜻의 ‘참초제근(斬草除根)’ 자세로 규제 혁파에 나서야겠다.

규제개혁은 당연하고 시급한 과제다. 한비자는 ‘시대에 따른 법 개정(準事變法)’을 전제, “시대 사정에 따라 알맞게 법을 고치고, 공공의 이익을 좇아 법을 받들면 골고루 이익을 나눌 수 있다(系事通時依變法 從公奉法得平均)”고 환기시켰다. 백성의 삶을 옥죄는 과도한 법과 제도도 문제지만, 민초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시의적절한 법과 제도, 조례 정비가 긴요하다.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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