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투기 방지 대책’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8·2 부동산대책 후속 조치로 국세청이, 서울 강남과 세종의 다주택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 가운데 투기 혐의가 짙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보유자와, 고가 주택을 구입한 미성년자 등이 우선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세청은 이번 주에 구체적 조사 대상을 발표하고 이들의 자금출처와 양도세 탈루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고강도 규제 내용을 담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었다. 6년 만에 투기과열지구 카드를 꺼내들어 서울과 세종시 등에 적용했다. 서울 서초·강남·송파·강동 등 11개구와 세종시는 투기지역으로도 지정됐다. 투기과열지구 지정만으로 분양권 전매 제한과 재건축 조합원 양도 금지, 대출 제한 등 19가지 규제를 받는다. 지난 10여년 간 나온 부동산 대책 중 가장 강력한 규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대책이 나온 배경은 최근 ‘핀셋규제’라던 6·19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집값 급등세가 심상찮았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직장인 연봉에 해당하는 액수가 예사로 뛰었던 게 뒷받침하고 있다.

8·2 대책으로 투기 수요는 일단 꺾이고 있다. 특히 집값 과열의 진원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 재건축 예정 단지들을 중심으로 2000만~3000만원 가량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등장한 게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 설마했던 투기과열지구가 지정되면서 조합이 설립된 단지들과 그렇지 않은 단지들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조합이 설립된 단지들도 이제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면서 향후 4~5년간 매도가 자유롭지 못하기에 갭으로 들어온 투자자들도 매도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을 불러 집값이 다시 상승하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재건축 시장 위축으로 강남 아파트의 희소성만 높아질 수 있다. 스프링처럼 누르면 누를수록 반발력만 커져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정부는 건축 인허가 실적 등을 근거로 공급 물량이 충분하다지만 선호도 낮은 지역의 물량이라면 큰 의미가 없다. 강남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는 대체 공급이라야 한다. 강북 등 비강남권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양질의 아파트 공급을 확대해 강남에 쏠린 아파트 수요를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뛰는 집값’을 잡으려면 공급 정책과 금리 정책 등이 정교하게 어우러져야 한다. 여하튼 정부 대책은 적절한 수위 조절과 맞춤형 처방을 통해 투기수요는 줄이고 실수요는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재인 정부 당국자들이 직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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