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앳된 군인은 무엇에 쫓기는듯 숨 가쁘게 막 달린다. 하늘에선 눈송이처럼 '항복하라'는 전단지가 흩날린다. 그러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허겁지겁 물을 마실 찰나, 총탄이 쏟아진다. 이에 그는 다시 탈출구를 향해 내달린다.

요즘 한창 상영중인 영화 '덩케르크'의 도입부 장면이다. 덩케르크(Dunkirk)는 프랑스 북서부의 항구 도시로, 2차 세계대전 초반 나치 독일군에 맞서 프랑스군을 지원하러 갔던 영국군을 위시한 연합군 33만여명이 나치군의 포위망으로부터 가까스로 빠져나온 곳이다.

영화는 귀환 선박 탑승 곧,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군인들의 처절한 모습만큼이나 군인이 아닌데도 사지에 뛰어들어 이들의 탈출을 돕는 민간인들의 활약을 영웅적으로 그린다. 그들은 한 명의 군인이라도 태우기 위해서 레저용 요트부터 어선까지 바다에 뜰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한다.

영국에선 이처럼 덩케르크 철수 작전에 국민들이 힘을 합쳐 자국의 군인들을 안전히 귀환시킨 경험을 '덩케르크 정신(Dunkirk Spirit)'으로 기리며 국가적 위기시마다 공동체가 위기를 극복하는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지난 겨울 전 국민이 참여해 만들어 낸 새 역사 위에 세워진 새 정부가 구체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보이고 있다. 설익은 아이디어 수준의 정책을 일단 저질러놓고 보자는 심리로 내 놓는 것이 아니냐는 질타도 많다. 그중에서도 초대기업과 슈퍼 리치에 대한 과세 강화에 대해 정부·여당은 '명예 과세'라 하고, 야권은 '증세 폭탄'이라 맞받아치며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새 정부는 여러 가지 야심찬 정책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재정 소요를 '핀셋 증세'라는 언어유희적 표현으로 넘어가기 보다는 국민들에게 정책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그에 따른 세금 부담 증가에 대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

덩케르크 철수 작전에 구축함 등 대형 선박만 동원됐다면 그 많은 병력을 구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선 등 소형 선박이 참여했기에 '그들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 됐고 국민들의 자부심이 됐다. 국민 일반이 늘어난 편익, 복지 수준에 맞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새 정부의 정책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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