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정당’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2야당 국민의 당이 심한 내홍(內訌)에 빠졌다. 여름정국을 맞은 정치권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8·27 전당대회 출마 선언으로 연일 들끓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안 전 대표의 조기등판론을 둘러싼 찬반논쟁이 원인이다. 정치권뿐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의 출마 선언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지 않는 무책임한 정치라는 비난이 우세하다.

하지만 탄생 1년 여째를 맞고 있는 다당제 구조의 대한민국 정치실험을 지속하고, 구태로 여겨진 과거 거대양당 구도로 회귀하지 않으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당장 후폭풍이 거세다. 당내 호남계와 결별수순을 밟고 끝내 국민의당이 소멸하느냐, 당의 리모델링에 성공하느냐에 현재 다당제 구조의 정치권 세력균형이나 권력지형도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 하한 정국에 안 전 대표의 선택을 주목하는 주된 이유다. 다만 안정감 있는 ‘개혁적 보수’를 지향하는 국민의 당이 집권여당에 애정어린 충고를 하는 대안정당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주길 바라는 지지층 및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줘 유감이다.

그동안 우리 정치사에서 이른바 ‘안철수 현상’은 합리적 보수와 온건 진보가 공존하며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발전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민심은 편가르기와 증오의 정치를 그만두라고 주문했기에 안철수 현상은 폭발적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국민은 과거보다 미래를 얘기하고, 대결보다 화합을 추구하며, 암기한 듯한 발언을 반복하기보다 분명한 자신의 생각을 토대로 자기의 말을 하는 대통령을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정치적 고비마다 간만 보다 결국엔 철수(撤收)했다. 서울시장 후보 양보를 시작으로 대선후보, 신당창당, 기초선거 무공천, 동작을 공천 후퇴까지 무려 다섯 번이다. 이렇게 해도 새 정치요, 저렇게 해도 새 정치니 국민은 따라오기만 하라는 ‘오만의 정치’가 아닐 수 없다. 말로는 새 정치를 외치면서 안 대표는 구태정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리하다 안 전 대표는 19대 대선에서 낙선한 것이다.

그런 안 전 대표의 전대 출마를 놓고 당을 구하기 위한 충심, 혹은 책임정치 실종이라는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체로 너무 빠른 등판이라는 비판의견이 더 많다. 그러면서도 좌우를 배제하고 중도 자강론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안 전 대표의 당권도전은 대체로 전대승리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잖다. 다만 당권을 쥐는 과정에서 호남과의 갈등과 향후 당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등 더 큰 과제가 많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피투성이 승리‘를 한다고 해도, 상처뿐인 영광일 수밖에 없다. 국민의 당이 지향점을 분명히 해야겠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