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 정치사에서 이른바 ‘안철수 현상’은 합리적 보수와 온건 진보가 공존하며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발전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민심은 편가르기와 증오의 정치를 그만두라고 주문했기에 안철수 현상은 폭발적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국민은 과거보다 미래를 얘기하고, 대결보다 화합을 추구하며, 암기한 듯한 발언을 반복하기보다 분명한 자신의 생각을 토대로 자기의 말을 하는 대통령을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정치적 고비마다 간만 보다 결국엔 철수(撤收)했다. 서울시장 후보 양보를 시작으로 대선후보, 신당창당, 기초선거 무공천, 동작을 공천 후퇴까지 무려 다섯 번이다. 이렇게 해도 새 정치요, 저렇게 해도 새 정치니 국민은 따라오기만 하라는 ‘오만의 정치’가 아닐 수 없다. 말로는 새 정치를 외치면서 안 대표는 구태정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리하다 안 전 대표는 19대 대선에서 낙선한 것이다.
그런 안 전 대표의 전대 출마를 놓고 당을 구하기 위한 충심, 혹은 책임정치 실종이라는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체로 너무 빠른 등판이라는 비판의견이 더 많다. 그러면서도 좌우를 배제하고 중도 자강론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안 전 대표의 당권도전은 대체로 전대승리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잖다. 다만 당권을 쥐는 과정에서 호남과의 갈등과 향후 당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등 더 큰 과제가 많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피투성이 승리‘를 한다고 해도, 상처뿐인 영광일 수밖에 없다. 국민의 당이 지향점을 분명히 해야겠다.
일간투데이
dtoday24@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