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처했다. 자동차산업 ‘8월 위기설’이 잘 말해주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실적이 악화한 가운데 노조 파업과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인상 여부 등을 놓고 분위기가 흉흉하다.

예컨대 오는 17일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의 1심 선고가 내려진다. 기아차가 통상임금 패소 시 최대 3조(회계평가 기준) 이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판결 즉시 충당금 적립의무가 발생해 당장 3분기부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되리라는 분석이다. 사드사태 이후 사실상 차입경영을 하고 있는 기아차가 적자까지 맞게 되면 국내외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유동성이 부족하게 되고 현대차까지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게 되리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사실상 차입경영에 들어간 기아차에 맏형 현대차까지 타격을 받으면 현대제철·현대모비스 등 계열사들도 부진이 불가피하고 부품공급망 붕괴 및 자동차 산업 전반의 뿌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따라 산업계 전반에 38조원 이상의 통상임금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강성노조는 10일과 14일 각각 2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인다고 결의했다.

참으로 한심하고 무책임한 노조 행태임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조는 2012년 이후 6년 연속 파업을 진행하게 된다. 지금은 파업 운운할 정도로 업계가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파업으로 역대 최대 생산차질을 빚은바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노조파업으로 생산차질 누계가 3조1000여억 원에 이르렀다. 지난 상반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3조1042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반년 동안 번 돈을 파업으로 버린 셈이다. 협력업체 피해도 1조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설상가상 자동차 부품업계 또한 2018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상이 걸렸다. 2018년 최저임금은 지난해 6470원에서 16.4% 인상된 7530원으로 최근 결정됐다.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상여금이 배제돼 중소기업들은 사실상 기준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부품업계의 경영난으로 공급망이 R3무너지면 완성차 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결국 산업기반이 흔들려 악순환이 가속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대·기아차의 1인당 평균연봉은 1억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1인당 생산성은 8000만원 수준인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4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생산성은 낮으면서 고임금을 받는 ‘귀족 노조’가 어려움에 빠진 회사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돈 더 내놓으라며 파업하는 건 배부른 자의 억지일 뿐이다. 회사가 성장해야 일자리도 보전받는다. 위기 상황인데 제 밥그릇만 챙긴다면 정상에서 추락하는 것은 순식간임을 직시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