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탈(脫) 원전 정책을 가시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국가 장기 전력 수급 계획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발생할 전력 수요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게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는 사물인터넷(IoT)은 물론 앞으로 급증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센터 운용, 전기자동차 충전 등에 필요한 전력 소비량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8차 전력 수급 기본계획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급증할 전력 수요 분석과 전망을 반영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AI, 딥러닝 기술이 확대되면 데이터센터당 최소 1개 화력발전소 규모의 전력 생산이 필요하다. 이세돌과 바둑 대전을 펼친 AI 알파고의 경우 12GW의 전력을 사용했다. 얼마 전 가동을 멈춘 고리 1호기 발전용량은 587MW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탈 원전’이라는 최종 결론을 내기까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늘어날 전력 수요에 대해 냉철한 분석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전력 수요는 큰 데도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운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2천5백여 기업들에게 전력 사용을 줄여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율배반적 정책으로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폭염에 전력사용이 늘면서 취한 조치라고 하지만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전력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던 만큼 졸속 정책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전력수요 급증에 대비한 합법적 조치라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급전 지시는 전력예비율이 10% 밑으로 떨어지는 시점에 발동된다. 역대 최대 전력수요 기록을 세웠던 작년 8월 12일엔 공급예비율이 8.5%까지 떨어졌지만 당시 정부는 급전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공급예비율이 12% 이상으로 여유가 있었다. 정부가 탈원전으로 전력수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기업의 전력사용에 개입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정책이 신뢰를 얻으려면 주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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