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도로교통공단 서울도봉운전면허시험장 창구 앞에서 본지 기자가 새 운전면허증을 받고 있다. 사진=송호길 기자

장롱운전면허 소지자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을까. 실제로 매년 면허취소 대상자 10명 가운데 3명 꼴로 이런 황당한 일을 겪는다고 한다. 운전면허 취득 후 갱신 기간이 초과돼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것이다. 이들은 적성검사 기간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특히 장롱면허 소지자들은 오랜만에 발견한 케케묵은 운전면허증에 갱신 기간이 초과한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기 일쑤다. 이에 일간투데이는 국내 3800만명에 달하는 운전면허 취득자들에게 '갱신초과에 따른 면허취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직접 운전면허 갱신 과정을 소개한다.<편집자주>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10일 오후 5시 서울 지하철 노원역 8번 출구. 운전면허증 갱신을 위해 도로교통공단 서울도봉운전면허시험장을 찾았다. 목적지로 향하는 중 인도 곳곳마다 설치된 안개분수는 열대야에 지친 보행자들의 무더위를 씻겨내기 충분했다.

우중충하고 불쾌지수가 높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면허시험장 창구에는 20대 대학생부터 6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대기 번호표를 받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이 창구를 찾은 사유는 모두 제각각이다. 창구 직원들은 일반운전면허 갱신부터 군 면허나 외국면허 교환 발급, 국제운전면허증 발급 등 각종 민원처리에 분주했다.

기자는 지난 2006년 2종 운전면허를 취득한 이래 자가 차량을 소유해본 적 없는 11년 차 장롱면허 소유자다. 여름 휴가를 앞두고 차량렌트를 위해 부랴부랴 면허증을 찾았다. 힘들게 찾은 면허증엔 10여년전 발급 당시 앳된 얼굴이 담겨 있었다. 문제는 당시 모습을 추억하던 중 우연히 적성검사 기간이 초과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이런 사연을 말하자 이현정 도봉운전면허시험장 면허지원부 대리는 "2종 운전면허의 경우 지난 2011년 12월 9일 이후 취득자는 10년 주기, 이전 취득자는 9년 주기로 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다만 2종은 취소처분 없이 과태료만 부과된다"고 설명하면서 기자를 안심시켰다. 1종 운전면허는 2011년 12월 9일 이후 취득자 기준 10년 주기, 이전 면허취득자는 7년 주기로 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면허 소지자 대다수는 운전면허증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날 경찰청에서 받은 지난해 종합한 전국 운전면허 취소처분 현황을 살펴보면 총 21만267건의 면허취소 처분 중 25.17%에 해당하는 5만2943건이 적성검사 미필이었다. 특히 지난해(4만246건)보다 부쩍 늘었다.

갱신 절차는 간단했다. 창구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면허 종별로 구별하기 쉽게 각종 운전면허 관련 신청서가 비치돼 있었다. 신청서에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등 간단한 개인신상정보와 운전면허번호 등을 적고 6개월 이내 촬영한 증명사진을 첨부해 창구에 제출하면 된다. 실수로 사진을 가져오지 못한 경우에는 지하에 별도로 사진 촬영 기기가 마련돼 있어 당황할 필요가 없다.

1종 면허는 신체검사도 추가로 받아야 하는데, 일반의료기관에서 발급한 진단서를 제출하거나 면허시험장에 마련된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결과 서비스를 조회하면 신체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인터넷 방문시간 예약 전용창구'도 눈길을 끌었다. 도로교통공단은 운전면허 민원업무서비스인 'e-운전면허' 사이트를 통해 운전면허증 1종 보통 적성검사와 2종 면허증 갱신, 분실 및 재발급 신청, 시험 응시접수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시험장을 이용하는 민원인 대기시간을 대폭 줄여 수월한 민원업무 처리를 유도하고 있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돋보였다. 시험장에선 임산부를 위한 (올케어)ALL-Care 서비스를 진행 중인데, 임산부 전용 주차공간이 마련돼 있음은 물론, 번호표를 뽑을 필요 없이 전용창구를 바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고령자와 장애인 전용 창구도 함께 마련돼 있었다.

갱신을 신청하고 시험장을 둘러본 지 5분쯤 흘렀을까. 창구에서 기자의 번호를 호출했다. 갱신 절차도 간단한 데다, 신속한 민원처리에 만족감을 숨길 수 없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임의철 도봉운전면허시험장 면허지원부장은 허허 웃으며 "지난 1980년대는 민원서식을 수기로 관리하고 대장도 수기로 처리하는 등 발급에 걸리는 기간만 10일가량 소요됐다"며 "90년대에는 하루, 지금은 데이터베이스의 발전으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 부장은 "해마다 교통사고로 인해 5000여명이 사망하고 40만명의 부상자가 생기는 실정"이라며 "온 국민이 운전면허증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자는 갱신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면서 인터넷 뱅킹으로 면허갱신 기간 초과에 따른 과태료를 납부했다. 나라에 세금을 냈다는 생각에 뿌듯했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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