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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 박기영 임명반발로 고심하는 청와대
   
▲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오후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일간투데이 곽정일 기자] 청와대가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을 임명한 것을 두고 여론이 심상치 않아 청와대가 골몰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재직 당시, 논문 조작으로 밝혀진 2004년 황우석 교수팀의 사이언스 논문에 기여한 사실이 없는데도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려 물의를 빚었으며, 2001~2003년에는 순천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사회적 영향평가·윤리적 고찰`이라는 세부과제 수행 명목으로 황 교수로부터 연구비 2억 5000만 원을 지원받은 점 등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는 박 본부장 임명에 대해 '과(過)도 많지만, 공(功)도 평가해달라'고 인선 이유를 설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0일 브리핑을 통해 "박 본부장은 황우석 교수 사건 당시 무거운 책임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IT분야와 과학기술 분야의 국가경쟁력은 참여정부 시절 가장 높았다"며 "그 점에서 박기영 과학기술보좌관의 공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박기영 본부장은 참여정부 때 과기부총리제와 과기혁신본부 신설 구상을 주도한 주역 중 한 명"이라며 "그래서 그의 과가 적지 않지만 과기혁신본부에 적임이라고 판단했다. 과기혁신본부장은 그가 오래전에 했던 과기본부장과 같은 급의 직책이고 더 나은 자리도 아니라는 점을 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 본부장을)임명한 취지에 대해 널리 이해를 구하며, 이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의 반발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도 임명반대 의견이 나왔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11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 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한번 크게 실패하고 반성이나 성찰도 없었던 사람을 십수 년 지나 다시 굳이 쓰겠다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청와대 인사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주 원내대표는 "지금 과학기술계단체에 여러 곳과 시민단체가 모두 반대하고 있다"며 "청와대 조차도 국민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죄송하면 빨리 고쳐야 할 것 아닌가. 죄송하지만 밀고 가겠다는 뜻으로 보여서 어디에서 이런 자신과 오만이 나오는 건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다고 하지만 오판이라든지 독단을 방지하기 위해 인사추천시스템과 검증시스템이 있는데 이것들이 심각하게 깨져서 여기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직무유기까지 같이 겹쳐 있는 매우 심각한 사태"라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부적격이라고 보는 박기영 본부장이 그대로 직무를 수행하도록 놓아두고 볼 순 도저히 없는 일"이라며 "임명철회가 안 되면 인사 추천권자들의 책임을 묻는 방법이나 장관이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추천했다면 장관을 해임 건의하는 방법까지 다각도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박 본부장에 대한 임명반대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왔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오래 함께 일하셨으니 익숙하고 든든하셨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과학계에서 이렇게 반대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손 의원은 이어 댓글에서 한 네티즌이 "대통령 인사문제에 대해 감 뇌라 배 놔라 하지 말고 일단 지켜보고 임명 후 일을 못 한다거나 했을 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지적하자 "저는 탁현민 행정관을 오래전부터 잘 알지만, 그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통령께서 알아서 하실 일이니까. 그러나 이 경우는 다르다. 과학계가 불같이 들고 일어났다. 그렇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시민단체와 과학계에서의 반발도 거세다

건강과대안, 녹색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서울생명윤리포럼, 시민과학센터, 참여연대, 한국생명윤리학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등의 단체는 지난 8일 공동성명을 내고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이번에 신설된 자리로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차관급이며 20조 원의 정부 연구개발비를 심의 조정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면서 "이러한 자리에 황우석 사건의 핵심 인물이었던 박기영 전 보좌관을 임명한 것에 강력히 반대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실을 밝혀내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과학인 온라인 커뮤니티 브릭(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도 같은 날 "과학계는 12년 전의 그 사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며, 당시 많은 과오들에 대해서 반성과 성찰을 해야 했다"며 "그런데 다시 12년 전 과오를 잊은 듯한 모습이 보여 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박 본부장은 지난 10일 오후 과학기술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2004년 사이언스에 논문 공저자로 올라갔던 일은 당시 신중하게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일할 기회를 주면 과학자의 노력이 지식 경제 성장에 기여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고 열정적으로 일하겠다"고 밝혀 자진사퇴를 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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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일 기자 devine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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