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았다. 백(百)은 꽉찬 숫자다. 아기가 태어나고 백일이 되면 이 기간 동안 큰 탈 없이 잘 지내온 것을 기념하며 백일상을 차리고 세상에 아이를 공개한다. 그러나 유통가는 백일의 시간동안 인큐베이터 속에서 간신히 숨을 붙인 듯 위태로웠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각종 규제, 오너리스크, 치킨값 파동, 갑질 횡포 등 단 하루도 편할 날 없었다.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했던 상권은 대부분 붕괴됐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형마트들은 거의 문을 닫거나 철수했다. 국내 면세점과 호텔, 여행 관련 업계는 큰 타격을 입어 내국인을 위한 마케팅을 펼치거나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했다. 아직까지 완벽한 회복은 어렵지만 문 대통령 당선 후 사드 리스크가 서서히 해소되고 있으며 중국에게 의존했던 방식에서 탈피해 보다 넓은 시장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사드 보복으로 인해 유통가가 큰 고비를 넘기고 난 후 맞이한 것은 바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의 '날카로운 규제'였다. 대형 복합 쇼핑몰에 의무휴업 등을 걸어 인근 소상공인들과 상생 방안을 마련하고, 프랜차이즈에는 마진과 원가 공개 등 규제를 적용해 갑질 횡포를 막고 불공정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정부 정책에 호응해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야하니 유통업계는 부담을 떠 앉은 실정이다. 이러한 유통 규제가 소상공인과 가맹점주 등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업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책이 될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과도한 정책으로 남을지 업계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새 정부의 시작은 촛불이었다. 위태롭게 흔들리지만 결코 꺼지지 않았기에 새 정부가 국민과 백 번째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취임 이후 백 일간 대통령을 향한 70∼80%의 꾸준한 지지율이 현실을 대변한 것 이라고 본다. 유통업계도 현재는 압박적인 규제와 상생의 강요 속에서 바람 잘 날 없지만 그러는 동안 갑질을 개선하는 등 보다 나은 방향으로 한걸음 내 딛고 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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