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시장 규모 2008년부터 2013년 5년간 2.5배 성장
제조업체 자기잠식 효과 및 지위불균형으로 영업이익 하락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PB(자체 브랜드)상품 성장으로 기업형 유통업체 이익은 증가했지만 하청 제조업체 이익은 변함이 없거나 오히려 감소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진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PB상품 전성시대,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로 갔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3조6000억원이었던 PB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9조3000억원으로 5년 만에 2.5배 증가했다. 대형마트가 현재까지 PB매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출점 제약 없이 점포수를 늘린 편의점 성장이 두드러졌다.

지난 2006년부터 2014년 도소매업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살펴보면 유통점포의 PB매출이 1%p 상승하면 해당점포의 매출액이 평균 2230만원, 유통이익은 270만∼900만원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출액 증가분의 11∼33%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 연구위원은 "PB는 유통기업이 제품특성 결정에 관여하고 자사 점포에서만 독점 판매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유통마진을 책정할 수 있다"며 "제품의 차별화는 점포의 차별화로 확대 돼 소비자의 점포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유통업체의 이익은 하청 제조업체에 낙수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기업형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제조업체 1000개사를 면접 설문조사 한 결과 소상공인을 제외한 모든 기업군에서 PB매출비중의 증가로 인해 전체 매출액이 감소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PB매출비중이 1%p 증가할 때 전체 매출액은 10억9000만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이를 PB와 경쟁하는 자사 제조업체브랜드(NB) 매출이 감소한 탓 이라고 분석했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NB의존도가 높아 PB매출비중이 증가하면 자기잠식 효과가 발생해 전체 매출이 감소하는 것이다.

소형 제조업체의 경우 자기잠식 효과가 크지 않고 PB상품 납품을 통한 판로 확보와 공장가동률을 상승시켜 매출은 증가했으나 거래상 지위 불균형에 의해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PB상품 개발 방법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PB상품 개발 방법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유통업체 권유로 NB에서 PB로 전환 및 자사 독자 개발 제품을 PB로 납품'하는 사례가 약 31%에 달했다. 이는 대기업(19%)보다 중소기업(32%)와 소상공인(41%)에게 빈번하게 관찰됐다. 유통업체와 협력 개발한 상품의 경우도 'NB특성을 변형 또는 포장 형태만 바꾼 제품'인 경우가 77%에 해당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 같은 분석 결과는 PB시장 확대의 혜택이 유통기업에게 집중되고 하청 제조업체 낙수효과로는 미미함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의 공정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조사와 감시 활동이 강화돼야 하며 중소제조업체들이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 PB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정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형마트 등에 집중된 PB상품 실태조사도 편의점과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확대하는 등 정보의 현실성과 활용성을 향상시키고 시장참여자들 간의 대등한 계약을 통해 하도급 거래의 한 유형으로만 머물지 않도록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과 정부의 법적 제도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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