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명

손이 닿지 않는다.

내 몸 뒤편,
등이 가려운데
안간힘을 다해 손을 뻗어보지만
끝내 그곳까지 이르지 못한다.

늘 어머니와 아내의 손이
약손처럼 스쳐가던 그 자리,
잠 못 드는 이 밤
나를 넘어뜨릴 듯
끝내 몸속까지 굼실거리며 기어간다.

바로 내 등 뒤인데
한 번도 닿아본 적 없는
이리도 아득한 거리가 있다니,

통증처럼 파고드는 혼자의 시간
견디다 못해 다급하게 찾는 손
어느 산사에 갔을 때 아내가 데려온
대나무 효자손뿐이다
등뼈 타고 오르던 가려움증을
겨우 쓸어낸다.

나무 손자국이 벌겋다.



■ 출처 : 김원명 시집 ‘시간 허물기’, 새미(2012년)


▶성경에는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창2:18)는 말씀이 있다. 여기에서 ‘배필’이란 그에게 적합한 짝을 가리키는 말로, 혼인을 통해 이들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고 나누래야 나눌 수 없는 부부가 된다. 그런데 서로 나란히 마주서서 가던 부부 중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제아무리 천상배필이라 할지라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리라. 이 아픔을 통해 홀로 된 시인은 살아있는 현실생활의 사소한 사건 속에서도 고독을 절감한다. 바로 “내 몸 뒤편 / 등이 가려운데” “손이 닿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함께 살아갈 때는 당연하게 받았던 배우자의 배후(背後)의 손길이 단순하게 그리워지는 정도가 아니라 “나를 넘어뜨릴 듯” 간절해지는 그때 시인은 비로소 깨닫는다. “바로 내 등 뒤인데 / 한 번도 닿아본 적 없는” “아득한 거리”가 있음을. 그리고 그 “아득한 거리”를 한 몸으로 좁혀준 이, 나를 온전히 나 되게 했던 이가 바로 그이였음을.



김원명 시인 프로필
- 전남 해남 출생, 2016년 卒.
- 동국대학교 법정대학 법학과 졸업.
- 해운항만청 목포지방, 제주지방해운항만청장 역임.
- 해양수산부 부이사관 명예퇴직, 근정포장 수상.
- 문학사계 시 부문 등단 (2008년 봄호)
- 시집 : ‘모란을 찾아서’ ‘시간 허물기’ ‘노을밭 조약돌’ ‘겨울조각달’



임미옥 시인 : 광주광역시에서 성장, 전남대 불문학과를 졸업 후 1998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사과깎기’ ‘첼로꽃’ ‘눈의 나라 설화’ 등을 펴냈다. 제8회 한송문학상 수상(2016년). 현재 서울 용산 아이파크문화센터 강사(시·수필 창작법), 계간종합문예지 ‘문학사계’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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