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아젠더(Agenda·의제설정)가 뚜렷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삶을 바꾸고 책임지는 정부로 거듭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치매 국가책임제, 어르신들 기초연금 인상, 아이들의 양육을 돕기 위한 아동수당 도입은 국민의 건강과 미래를 위한 국가 의무라고 말했다.

근래 정치사회적으로 주목되고 있는 의제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사람답게 살 권리의 상징인 최저임금 인상, 미래세대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 모두 국민의 기본권을 위한 정책임을 전제, 앞서 마련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도 국가 예산의 중심을 사람과 일자리로 바꾸는 중요한 노력이었다고 강조했다. 당면한 안보와 경제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국민생활 분야에서 국가 책임을 더 높이고 속도감 있게 실천해 가겠다고도 피력했다.

과제가 적잖다. 문재인 정부가 하루가 멀다 하고 국민 세금을 쏟아 부을 정책을 내놓지만 재원 마련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어르신들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인상하는 법률 개정에 곧 착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가 내놓은 제1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은 향후 3년 동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약 90만명을 새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9일엔 문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획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기초연금 인상에 21조8000억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확대에 9조5000억원,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30조6000억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재정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걱정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세수 자연증가분과 세출 구조조정으로 각각 60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따져 더 어려운 계층부터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아동수당 월10만 원 지원으로 출산율이 급격히 증가할 리도 없고 저소득 한 부모 가정에 대한 지원확대가 더욱 시급한 과제임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사리가 이러하기에 야당들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재정 파탄이 눈앞에 보인다”고 비판했다. ‘선심은 문 대통령이 쓰고 부담은 국민이 짊어지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현실이 이러니 야당에서 문재인 정부는 자기들 단임 집권 기간만 생각하는 ‘욜로(You Only Live Once)’ 정부냐는 비아냥성 비판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국민 복지를 두텁게 한다는 문재인 정부 취지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야당의 주장을 무조건 ‘발목잡기’라고 매도할 일도 아니다. 무문별한 복지확대는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6세 미만 아동의 입원비를 전액 의료보험에서 지급하자 '공짜 입원 소동'이 벌어졌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획재정부 추계에 따르면 건강보험 적립금은 2023년이면 소진된다.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데 보험적용 대상이 전면 확대된다면 기금은 이보다 훨씬 빨리 고갈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재정건전성 확보 없는 보장 정책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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