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 다룬 영화에 대한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주연의 영화 '택시운전사'가 관객수 1000만명을 앞두고 있습니다. (18일 기준 약 959만명 / 출처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는 1980년 5월, 택시운전사 '김사복'이라는 인물이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태우고 광주로 내려갔던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죠. 당시 광주에서 있었던 시민들의 항쟁과 공수부대의 진압, 그리고 그 속에서 살다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사실 배우 송강호는 한 인터뷰에서 '택시운전사' 출연 제의를 '거절한 적이 있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너무 아픈 현대사였기 때문에 '이야기'에 대한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을 느꼈다고 덧붙였죠. 

그 인터뷰는 영화 '변호인'과 지난 정부가 작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떠오르게 만듭니다. 실제로 지난 5월 JTBC뉴스룸 인터뷰에서는 블랙리스트에 대해 '안타깝다'는 말과 함께 '변호인' 제작자·투자자들의 불이익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어쩌면 이번 영화에서 그가 느꼈을 '고민'도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합니다. 

 

 

■ 불편했던 사람 1.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

블랙리스트를 통해 문화예술계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은 비단 지난 정부뿐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현재 제작중단에 돌입한 MBC 콘텐츠 제작국 PD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은 MBC영화 프로그램 ‘출발 비디오 여행’의 방송 대본을 요구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당시 프로그램에서는 영화 '변호인'에 다뤘고 모티브가 된 '부림사건'의 담당검사 출신이었던 고 이사장은 해당 영화를 소개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나타낸 것이지요.


이 사건은 콘텐츠제작국 PD의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사건 중 하나로 제작중단의 도화선이 됩니다. 연이어 불거진 'MBC판 블랙리스트', 'MBC 김민식PD의 징계' 논란으로 인해 현재까지 MBC에서 콘텐츠제작국을 포함, PD수첩, 시사제작국 등이 파업 및 제작중단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MBC는 지난 11일 주요 언론사 영상 취재 업무 경력 3년 이상인 자를 대상으로 채용공고를 냈습니다. 이 '공고'에 대한 논란이 일자 MBC측은 그후 슬그머니 채용을 취소하는 사태마저도 벌어졌습니다. 


방송은 누군가의 불편함으로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닐텐데 말이죠. 그 불편함을 남발한 과정에 배우 '송강호', 영화 '변호인'이 있었습니다.

 

 

■ 불편했던 사람 2. 전씨 측과 회고록 독자들

지난 2일 개봉한 '택시운전사'가 큰 반향을 일으키자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 영화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습니다. 전 씨 측 민정기 비서관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계엄군이 광주시민들을 향해 조준사격을 한 것은 '거짓이다'고 밝혔죠. 또한 이 장면이 반영된 영화도 '허위날조'라고 비판했습니다. 인터뷰 내용 중에는 영화 내용에 대한 '법적 검토' 발언도 있었습니다. 

이 같은 불편한 심경은 전 씨의 회고록이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인용 결정과 관련된 인터뷰에서도 계속됐습니다. 민 비서관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전직 대통령'이 쓴 회고록에 출판금지 가처분을 하는 나라가 어딨나. 국제사회가 대한민국 '인권'수준을 어떻게 볼지 걱정"이라는 말을 남겼죠. 

지난 1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출판 및 배포금지 중인 그의 회고록은 중고거래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유포되고 있다는 것은 그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들은 회고록을 보며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또,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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