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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송문 칼럼] 유치찬란하게 상다리 자르기시인·선문대 명예교수
  • 일간투데이
  • 승인 2017.08.22 17:27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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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다리 하나가 짧아 보인다고 해서 함부로 자를 일이 아니다. 심사숙고한 끝에 자를 때는 물어봐야한다. 자기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네 개의 상다리 중에서 하나를 잘못 자르게 되면 나머지 세 개가 길어 보인다. 그래서 그것들을 또 자르고 자르다 보면 나중에는 쓸모없게 된다.

과잉된 이념의 소유자는 정돈된 생각을 갖기가 어렵다. 북한의 경우만 봐도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난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면 잘 태어난 것이지만, 자본가 가정에서 태어나면 잘못 태어난 것으로 돼있다. 무계급사회를 만들겠다던 그들이 철저히 계급사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릇된 이데올로기에는 이처럼 인간을 씨앗부터 말살하는 독소가 있다.

■ 직간하는 국무위원 하나 없이…

문재인 정부는 시발부터 현금에 이르기까지 긁어 부스럼을 내는 면이 있다. 사드배치가 시급한데도 내내 미루기만하는 것도 문제였고, 무리한 탈 원전정책도 보통문제가 아니다. 멀쩡한 원자력발전소를 중단시켰다가 반대 여론이 비등하자 무마하려는 말을 쏟아내는 것도 문제를 키운 결과다.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어떠한가. 국군도 경찰도 아닌 민간인에 밀려 지리멸렬하게 방치된 사드를 이제 와서 국방부장관이 허겁지겁 금년 내에 설치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때를 이미 놓쳤다. 미국 뿐 아니라 한국의 주변국들이 한국을 이미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한 번 만만하게 보면 그 다음은 무시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전격 중단시킨 뒤 국가의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논쟁과 우려가 커지자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영구중단여부를 누가 어떻게 어떤 절차를 거쳐 내릴 것인지를 두고 청와대, 공론화위원회, 위탁평가업체가 서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통령이 불쑥 재를 저질러놓고 뒤로 빠져있는 형국이다. 재를 저지른 사람이 수습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드 배치는 전임 정부 때 이미 결정되고 착수됐으므로 중단시키지 않았다면 미국의 불쾌함도 중국의 과도한 기대도 자아낼 필요가 없었다.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바람에 한·미관계나 한·중관계가 악화됐다. 쓸데없이 긁어 부스럼을 키운 셈이다.

순조롭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방해하지 않았다면 원자력에너지 수출시장에서 미국·프랑스·일본과 어깨를 견주는 대한민국을 스스로 망신시키는 일도 없을 것이다. 쓸데없이 어설프게 긁어 부스럼을 냈고 자꾸 더 잘못 건드려서 문제가 커진 꼴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다. 미국에 무시당하고, 중국에, 일본에 무시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자승자박이다. 이런 시행착오가 어째서 연달아 일어나는 것일까. 싫어하는 것을 말살하고자 하는 투쟁이념의 의식이 과잉돼있기 때문이다. 사드도, 대북정책도, 원자력발전소도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한 것은 다 싫다는 원초적 적개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유 없는 미움이 들끓게 하는 그릇된 이념의 아상(我相)을 버리지 않으면 재앙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불안과 공포로 전율케 하는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주한미대사관 앞에서 사드배치 반대데모를 허용하는 법원의 결정은 미국정부를 무시하는 행위다. 미국의 눈을 읽지 못하고 중국의 주먹만을 보는 바보짓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상다리가 같지 않다고 열심히 자른다.

뭔가를 열심히 하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보이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상다리 자르기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성공을 보고도 사드 반대 시위를 하는 것도 바보들의 행진이요, 잘 돌아가는 원자력발전소를 중지시킨 것도 바보들의 행진이다. 북핵 위기가 극단으로 치닫는 와중에도 편 가르기와 응징에 여념이 없는 것도 바보들의 횡보(橫步)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원론은 그럴듯한데, 각론으로 들어가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투성이다. 사드를 신속히 설치하지 않고 미루는 것도, 원자력발전소를 정지시킨 것도, 교사과잉사태가 폭발 직전인데 교사를 더 뽑겠다는 것도, 문제가 많은 노동계는 손도 대지 않으면서 기업가에만 협력을 당부하는 것도, 국민의 세금을 우선 쓰고 보자는 선심성 복지남발도, 후손들에게 무거운 빚더미를 안겨주는 위험천만한 불행요소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위정자는 지금 세계정세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국제정치적 감각이 있어야한다. 대통령이나 청와대나 행정각부장관들이 그런 감각이 있다면 이렇게 지리멸렬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드반대를 위해 공권력을 방해하는 민간인을 방임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대사관 앞에서 데모하는 데모꾼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 나비효과가 걱정되지 않는다면 국제정치 감각이 둔한 사람이다.

■ 사드도 원전도 ‘긁어부스럼’키운셈

대통령이 원자력발전소를 중지시키자고 할 때 직간(直諫)하는 국무위원 하나 없었다는 것은 이 정부가 허울 좋은 개살구처럼 겉만 번드레할 뿐 속은 비어있다는 증좌다. 정신 제대로 박힌 청와대나 장관들이라면 이렇게 허술하게 수조원의 국민의 세금을 축내지는 않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계속해서 연달아 일어나는 것일까. 문재인 정부는 ‘운동권(출신)정부’다. 대통령부터 운동권 대학생에 인권변호사 이력을 가졌다. 청와대는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해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간부 출신이 주축이고, 내각엔 시민단체 출신이 그득하다.

정치는 경쟁자를 용인해야 하는데 그들은 그게 결여돼 있다. 문재인 정부 핵심들은 자유한국당을 대화상대로조차 여기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들은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하고 있다. 우리만 옳고 너희는 청산돼야할 대상이라는 독선과 오만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는데, 이게 가시지 않는다면 그 반동에 의한 역풍을 맞을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나라 살림을 제대로 하는 길은 운동권의 습성을 한시바삐 청산하고 부모의 심정으로 종의 몸으로, 마음으로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그런 심정으로 국민을 품고, 몸으로는 하인이 상전을 받들어 모시듯이 백성을 받들어 모셔야 한다. 그런데 이를 실천에 옮기는 일은 종교적 차원이므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앞날이 걱정된다.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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