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선문대 명예교수

“산길을 오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지(理智)로 움직이면 모(角)가 나고 감정에 치우치면 흘러 버린다. 고집을 세울려면 막혀버린다. 여하간에 세상은 살기가 어렵다. 살기가 어려워지면 살기 좋은 곳으로 이사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어디로 이사를 해 보아도 살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을 깨달았을 때 거기에서 시(詩)가 생기고 그림이 그려진다.”

이 글은 일본의 유명한 작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소설 ‘구사마쿠라’(草沈)의 서두부분이다.

나는 ‘풀베개’로 번역된 이 글을 읽고 감명을 받았었다. 그렇다. 이 세상은 정말 그렇다.

사람이란 정말 이지(理智)에 밝으면 모가 나기 마련이다. 사람이 모가 나면 친구도 애인도 도망가게 된다. 모가 난 사람에게는 진득하게 붙어있을 사람이 없다. 제발 가까이 있어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의 상정이다.

■ 지나치게 모가 나면 정을 맞게 되는법

지나치게 이지로만 나가는 사람은 마치 송곳으로 콕콕 찌르듯이 그렇게 쪼아대는 사람이다. 송곳으로 찌르듯이 그렇게 후벼 파는 사람은 어느 사회에서나 어느 가정에서나 환영을 받지 못한다. 딱따구리처럼 콕콕 쪼아대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이지로만 나가는 사람은 송곳같이 뾰족하거나 칼날같이 날카로울 뿐 아니라 얼음같이 찬 사람이다. 찬바람이 도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러니 이런 사람은 살아가기가 어렵다.

다음으로 감정에 치우치면 흘러버린다는 말인데 정말 그렇다. 情이 많은 사람은 자기가 희생을 당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가슴이 뜨거운 사람이라서 사람들이 도망가는 게 아니고 오히려 모여들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사람은 정(情)이 많아서 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친구들과 어울려 차를 마시거나 술을 마시더라도 먼저 계산하려 드는 사람이다. 단골 술집일 경우 돈이 없으면 자기 앞으로 외상을 달아놓게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주변으로 친구들이 모여들게 되지만 자기가 희생을 당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감정에 너무 치우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마지막으로 고집을 세우면 막힌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 이 세상은 고집쟁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법(法)이라는 글자는 삼수(氵) 변에 갈 거(去)하는 글이다. 즉 물이 흘러가듯 그렇게 순리로 내려가는 게 법인 것이다.

이 세상 살아가는 처세도 마치 물이 흘러가듯이 그렇게 막히면 휘어 돌아가거나 아니면 차오르다가 넘쳐나갈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이러한 순리를 거역하고 자기 고집대로 일직선으로 갈수는 없는 노릇이다.

■ 국정운영에서도 중용의 도리를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정치편향 및 신상에 논란이 일자 야권에서는 “청와대와 여당이 '코드인사'들을 통해 사법부에 한풀이하려 한다”며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코드 인사'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인다.

문 대통령의 4강 대사에 대한 인사를 놓고도 말이 많다. 일각에선 주미·주중·주일대사가 모두 외교관이 아닌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채워져 '코드인사'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또 탈원전정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의 경우도 파급효과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식'으로 추진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지라든지 감정 그리고 고집이 지나치면 이 세상 살아가기가 대단히 어렵게 돼 있다. 그러므로 여기에 알맞은 중용의 도리가 요구된다. 지나치게 모가 나면 정을 맞게 되므로 지나친 것을 피해야 한다. 문 정부는 국정 운영에 있어서도 지나친 것을 지나치지 않는 방향으로 조화시켜나가야 함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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