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 영화는 10시에 시작하지 않는다

[일간투데이 황한솔 기자] # 바쁜 일상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모처럼 여유를 갖고 몇 년 만에 영화관을 찾은 김씨. 여유 있게 영화 상영시간 11시 전인 10시50분에 영화관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스크린에는 광고만 덩그러니 나오고 있었습니다. 티켓에 나오는 영화 상영시간이 지나자 하나 둘씩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영화는 예정된 시간 10분후에 시작됐습니다.

물론 영화를 자주 보는 사람들이라면 그 패턴이 낯익어 실제 영화 상영 시간 뒤로 10분의 여유가 있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다가올 법 하지만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은 김씨는 영화 상영까지 허무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영화 상영 시간은 마치 담합을 한 것처럼 모두 똑같습니다. 영화 상영 시간 10분 전부터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해 예정된 상영 시간이 지나도록 광고를 합니다. 광고 시간만 무려 20분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영화 상영 시간 이후 10분입니다.

예를 들어 티켓에 나오는 영화 상영 시간이 정각 12시라면 실제 영화가 비춰지는 것은 12시 10분이라는 것입니다. 영화 소비자들의 불만은 대부분 여기서 발생합니다.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 관람료를 지불한 것인데, 10분 동안이나 원치 않는 광고를, 그것도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강제로 관람을 하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상영시간을 지키지 않고 광고를 내보낸 영화관들은 수 억원의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4년 동안(2012~2015년) 3대 멀티플렉스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광고 매출은 5천466억 원에 달했습니다.

전국 극장 1년 매출의 97%를 점유 중인 3대 멀티플렉스 가운데 CGV가 3천21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롯데시네마 1천175억원, 메가박스 1천72억원이었습니다. CGV의 경우 매출 중 광고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10.7%였고 메가박스 10.1%, 롯데시네마 7.2%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참여연대 등은 멀티플렉스 3사가 티켓에 표시된 영화 시작을 10여분 광고 상영으로 지연시키며 관객을 기만하는 불공정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영화관 3사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공정위는 광고 상영 사실이 영화 티켓, 홈페이지 통해서 사전 고지돼 있으므로 거래상대방의 예측가능성이 높은 점과 경쟁 사업자나 다른 시장 사업자의 통상적 거래관행에 어긋나지 않는 점, 해외의 경우에도 영화 시작 전 상업 광고를 상영하는 경우가 존재하다는 점 등의 이유로 광고를 상영해 수입을 취득하는 행위가 표시광고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 관객 수는 2억1천702만명으로 2015년(2억1천729만명) 대비 0.1%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매출액은 지난해 1조7천432억원으로 2015년 1조6천154억원보다 1.6%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관객 수가 줄었음에도 매출액이 늘어난 것은 관람료 편법인상이나 광고상영수입 등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 관람은 시민들이 가장 즐기는 문화생활입니다. 하지만 영화관을 찾는 시민들이 영화 상영 전 광고에 큰 불만을 느끼고 있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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