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3D프린팅 고속성장…"기술추격·융합 서둘러야"
韓, 핵심부문 기술 경쟁력 '취약'
다차원적 정책방향 수립 '필요'

다이버전트 테크놀러지가 3D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슈퍼카. 사진=다이버전트 테크놀러지

[일간투데이 홍보영 기자] #. 다이버전트 테크놀러지(Divergent Technologies)는 세계 최초로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슈퍼카의 주행영상을 공개했다. 회사 관계자는 "3D프린팅으로 차량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과 자재 및 자본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3D프린팅으로 집이나 자동차를 만드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런데 실제로 이런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이버전트가 선보인 3D프린팅 슈퍼카를 보고 의문이 들었다. 3D프린팅으로 모든 것을 제작할 수 있게 되면 전통 제조업은 사리지는 것 아닐까.

박상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통적인 절삭가공(Subtractive Manufacturing)과 적층가공(Additive Manufacturing)은 보완적 관계"라며 이런 우려를 불식했다.

옥스포드 대학 재료과학 박사이자 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중단기적으로는 이들 두 가지 제조 방식사이의 융합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하이브리드 제조(Hybrid Manufacturing)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면서 3D프린팅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3D프린팅 시장규모는 2015년 기준 약 51억 달러로, 매년 20~40%의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3D프린팅은 전체 공작기계 시장에서 약 5%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3D프린팅 시장이 급속도로 확장되기 시작한 것은 제조혁신을 도모하기 위한 일환으로 국가 차원에서 3D프린팅 산업을 주목했기 때문.

개도국과 달리 선진국의 제조업 비중은 지속적인 감소 추세다. 개도국의 제조업 부가가치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1년 21%에서 2011년 40%로 크게 증가한 반면, 서유럽과 일본의 비중은 크게 감소했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기반 경제가 위기극복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제조업의 중요성이 재조명됐다.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는 금융위기 이후 실업과 소득양극화 문제의 주요요인으로도 주목된다.

이에 선진국에서는 3D프린팅, IoT 등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 경쟁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발원지인 독일의 '인더스트리(Industry)4.0'도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최근 제조업 관련 지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정부 차원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산업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2015년 3분기 제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9.6% 감소했고, 2016년 1월에는 13대 주력품목 수출이 모두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제조업의 매출 증가세 둔화는 물론 영업이익의 경우 2014년 20%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며 제조업 부진 장기화를 우려했다.

게다가 우리나라 제조업의 상대적 기술수준 하락과 중국과의 격차축소는 제조업에 대한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국내 제조업 기술수준은 2011년 세계 최고 수준의 81.9%에서 80.8%로 소폭 하락했다.

▲ 금속 3D프린팅 기술 발달로 산업화 급물살
이런 가운데 3D프린팅은 기존의 제조공정 패러다임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방식이 절삭가공 방식이었다면, 3D프린팅은 재료를 쌓아서 물체를 제작하는 적층가공 방식이다. 박상훈 연구위원은 “적층가공은 완전히 새로운 공정이 아니라 시제품 제작 등에 사용되는 기존의 쾌속성형법(Rapid Prototyping)이 진화 및 발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식은 생산비용, 시장 진출기간을 크게 절감해 시제품 생산에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전통적 제조공정에 비해 단위 제조비용이 높은 제품이나 부품의 소량생산에도 적합하다.

최근에는 금속 3D프린팅 기술혁신으로 인해 산업용 3D프린팅 보급이 가속화되고 있다. 독일의 EOS, Concept Laser, SLM Solutions사, 스웨덴의 Arcam사, 미국의 Exone사, 영국의 Renishaw사 등 여러 기업이 금속 3D프린팅과 관련해 활발한 기술혁신을 추진 중이다.

3D 프린팅 시스템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금속 및 세라믹 등의 소재 기술의 한계로 그 활용이 부진했다. 최근 관련 소재 연구가 급격하게 증가할 뿐 아니라 사업화 속도 역시 높아졌다.

김성복 (주)헵시바 이사는 "3D프린팅 소재는 크게 폴리머와 메탈 계열로 나뉜다"며 "특히 금속 프린팅은 우리나라 산업에서 정말 필요한 분야로, 금속소재 가격이 kg당 30만원까지 하락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정부 3D프린팅 전략기술로드맵 수립위원이자 '장비연계형 치과 3D프린팅 소재개발사업' 총괄책임자다.

금속 3D프린팅은 항공이나 발전형 터빈블레이드 등 고가의 부품 제작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는 다수의 레이저 소스를 활용하거나 절삭가공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장비를 개발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공정시간 및 비용을 단축해 나가고 있다.

디엠지모리(DMG Mori)사는 전문분야인 절삭가공에 적층가공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했다. 트럼프(Trumpf)사 역시 레이저 기술을 활용한 DED 방식의 3D 프린터 출시했다.

국내에서도 하이브리드 장비 개발이 한창이다. 올 초 현대위아는 공작기계에 3D프린팅 기능을 더해 국내 공작기계 업체 최초로 3D프린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속 3D프린터 전문업체 인스텍과 '3D프린팅 하이브리드 가공기'의 1단계 개발을 완료했으며, 현재 2단계로 'PBF(Powder Bed Fusion)' 장비를 통합하는 방식을 개발 중이다. 현대위아는 하이브리드 가공기를 우선적으로 인공관절 시장에 투입할 계획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금속재료뿐만 아니라 바이오프린팅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다. 김성복 이사는 "생분해성 3D프린팅 소재(PCL)는 의료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며 "생분해성 소재(PCL)로 가짜 연골을 만들어 그 자리에 세포가 채워질 때까지 적용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 국내 3D프린팅산업, 개인용에 국한
이런 상황에서 국내 3D 프린팅산업은 폴리머(플라스틱) 소재 기반의 개인용 3D 프린팅에 집중돼 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산업용 3D프린팅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항공, 산업기기, 생체용 임플란트 제품 등을 중심으로 사업 사례가 활발히 보고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관련 대책이 시급하다.

특히, 독일 및 일본 등 소재, 부품 및 기계장비 등의 선진국의 공작기계 분야 글로벌 기업의 경우에 이미 기존기술을 접목한 금속 3D 프린팅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시장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금속 3D프린팅의 경우 부가가치만큼이나 기술 난이도가 높다. 김상훈 연구원은 "최근 일본 등 공작기계 선진국에서는 하이브리드 가공기술 및 시스템 관련 자국기술의 유출 방지와 자국 산업의 세계 우위 선점을 위해 경쟁 상대국에는 판매를 하지 않고 장비를 무기화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3D프린팅은 항공, 의료 등 고가 소량생산 제품군에만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관련 기술의 혁신이 빠르게 진전되면서 점차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3D 프린팅 시장규모는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30% 내외의 고속 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2014년 4월 3D프린팅산업 발전전략을 마련하는 등 관련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3D프린팅 장비 등 핵심부문의 기업경쟁력이 매우 취약하다. 게다가 국내 3D프린팅 시장의 약 90% 이상을 외국기업이 점유하고 있는 형편이다.

김성복 연구위원은 "적층가공 관련 분야 중 국내기술 또는 산업 진출의 상대적 비교 우위 분야를 현장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검토 및 도출한 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독립적 시장 형성 뿐 아니라, 기존 기술과의 연계 방안 등 다차원적 정책방향 수립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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