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 불균형 심화…BSI 9p 차이
이주열 한은 총재 "수출주도서 균형성장으로 나아가야"

[일간투데이 홍보영 기자] 우리나라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간 불균형이 심화됐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체감경기 격차가 10포인트(p) 안팎으로 크게 확대된 것.

11일 한국은행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지난 8월 수출기업의 업황BSI는 84로 내수기업 75에 비해 9p나 높았다.

BSI는 기업이 느끼는 경기 상황을 나타낸 지표다. 기준치 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올해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업황BSI 차이는 지난 4월 5p에서 5월 10p로 뛰었고 6월 11p, 7월 10p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대체로 0~4p에 머물렀고 최대치는 7p였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에 이 수치는 급등했다. 올해 1∼8월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차이는 월평균 8.4p로 2008년 월평균 9.3p 이후 9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반도체, 스마트폰 등 전자업체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업황BSI 격차가 커진 것 같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하지만 내수기업의 성장 둔화는 예고된 것이다. 1400조원 정도로 불어난 가계부채는 민간소비를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중국의 경제적 보복도 내수에 부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 완화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지난 7∼8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국제통화기금(IMF),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공동으로 개최한 '아시아의 지속성장 전망과 과제' 국제콘퍼런스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수출주도 성장에서 수출과 내수 간 균형 잡힌 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내수 확대를 위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도가 높은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1800여개 제조업체를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으로 분류해 BSI 조사를 실시했다.

수출기업은 매출액 가운데 수출 비중이 50% 이상인 업체이고, 내수기업은 수출 비중이 50% 미만인 업체를 가리킨다.

수출기업에는 전자, 조선업체 등이, 내수기업에는 식료품, 음료, 목재·나무 등의 업체가 많았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