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설문결과 조작 정황"…동일IP 최대 551회 반복응답
"사내게시판서 윤 회장 옹호글 게재 등 여론조작 의혹도"

▲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앞에서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 조합원들이 윤종규 회장 연임찬반 설문조작 규탄 및 후보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KB노협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이하 KB노협)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벌인 윤종규 회장의 연임 설문조사에서 사측이 조직적으로 설문 결과를 조작했다고 12일 주장했다.

KB노협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본사 앞에서 "KB노조 위원장 선거에 대한 사측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에 이어 이번엔 조합원을 대상으로 여론 왜곡을 초유의 사태가 벌여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KB노협은 "KB금융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은행 노동조합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하는 등 부당노동행위가 지속돼 왔다"며 "이번에는 연임 찬반을 묻는 노동조합의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를 조작하려 한 증거가 드러났고, 사내 익명게시판마저 '국정원 댓글부대' 같은 여론 조작팀을 운영한 의혹마저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KB노협은 지난 5∼6일 조합원을 상대로 윤 회장 연임 찬반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마감 직전인 6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총 17개의 단말기를 통해 4천282건에 달하는 중복 응답을 진행하는 조직적인 설문 조작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답변의 99.7%가 '연임 찬성'으로 응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조사는 본인 인증을 절차가 없지만 같은 단말기로 중복답변을 하지 못하도록 설계됐는데, 인터넷 방문 기록을 담은 임시 파일인 '쿠키'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동일 IP를 사용해 한 대의 기기에서 최대 551회나 설문에 반복적으로 응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KB노협은 설명했다.

KB노협에 따르면 시간당 평균 100여개정도 접수된 설문이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소수의 동일 단말기(17개)에서 3500여개가 중복으로 들어왔고 결과는 연임 찬성에 몰표였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동일 IP의 투표를 제거하면 응답한 직원 중 81.4%가 윤 회장 연임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KB노협은 사측이 특정 부서 직원을 동원해 사내게시판에 윤 회장을 옹호하고 설문조사 결과를 부정하는 글을 반복적으로 게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박홍배 KB노협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설문조사 결과 조작이나 특정 사안에 대한 여론 조작 문제가 아니다"며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다시 한번 윤 회장 연임 반대를 천명하고, 이번 설문조사 조작 건에 대해 현재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KB금융지주 이사회의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윤 회장 찬반투표에 사측의 개입 사실은 없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진실규명을 위해 노사 공동조사를 노조에 요구할 것"이라며 "노조의 의혹 제기와 관련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게시판을 통한 여론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핫이슈 토론방(사내익명게시판)에는 익명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토론 공간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므로 찬성 또는 반대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며 "댓글 부대를 운영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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