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社)생활이 먼저인가 사(私)생활이 먼저인가

[일간투데이 황한솔 기자] "회사사람들에게 아무도 이야기 안 했는데 사실 회사 근처에서 몰래 자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 강남 A광고대행사에 입사한 직장인 양씨는 회사근처에서 비밀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일산에서 강남까지 출근하는 게 번거로워 회사 부근에 방을 잡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회사 사람들에겐 말하지 않았습니다. 

직장인 양씨는 "회식이 길어지면 막차를 타고 일산까지 가야한다고 말하고 일찍 일어날 수 있고, 불필요한 야근에도 긴 통근시간 핑계로 조금이라도 일찍 퇴근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직장생활 2년차 직장인 김씨는 점심시간만 되면 노트북을 챙겨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카페를 찾습니다. 
이는 중국어 인터넷 강의를 듣기 위해서 입니다. 하루 30분정도 짧은 시간이지만, 잦은 야근과 집안일을 하다 보면 따로 시간을 내기 버겁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쁜시간에도 김씨가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카페를 찾는 것은 얼마전 직장 상사로부터 잔소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직장 상사는 "매일 업무가 많아 팀 전체가 야근을 하고 있는데 한가하게 자기계발을 하고 있을 때냐"며 "아직도 이직 준비하고 있냐"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들은 김씨는 되도록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카페를 찾아 자기계발을 하고 있습니다. 

직장인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회사입니다. 직장인은 대부분 가족, 친구보다 회사 동료를 더 자주 보고 지냅니다. 하루 24시간 중 최소 8시간은 회사에 있으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붙어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업무 뿐만 아니라 사적으로도 접촉이 생기곤 합니다. 공사구분이 애매해지고 불쾌한 일들도 발생하곤 합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최대한 상대에 밉보이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시간과 휴식을 갖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직장인들이 거짓말까지 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인에게 직장은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삶의 전체가 직장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개인활동과 시간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 회사문화가 가장 먼저 달라져야 할 것은 직장인들의 '사생활 존중'입니다. 과거 공동체의식을 중요시하며 개인주의를 이기주의라고 비판했지만 요즘은 시대가 달라진 만큼 사적인 생활이 보장돼야 일의 영역도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끝으로 업계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노동 시간이 긴 것으로 손가락 안에 드는데 생산성은 한참 뒤쳐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줄이려면 불필요한 야근부터 없애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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