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지났다. 교과서에서 손을 떼는 것과 동시에 공교육과도 절교했다.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이 아니라 이골이 나서 자리를 뜬 느낌이었다. 부모님께서 공부를 강요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도 그랬다. 남동생마저 대학에 합격하고부터 교육과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최신 입시 트렌드가 무엇인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남의 일처럼 여겼다.

그러다 문재인 정권이 4차 산업혁명을 국가 비전으로 앞세우면서 코딩 관련 취재 지시를 받았다. 이에 소프트웨(SW) 의무교육이 머지않았으며 그 핵심이 코딩으로 맞춰지자 학부모들이 선행학습을 위해 학원가를 기웃거리고 있음을 알게 됐다.

기자는 초등학교 시절 방과 후 수업으로 일주일에 1시간 정도 인터넷활용을 배웠다. 당시 장비가 없어 이 같은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학교가 대다수였으며, 집에 컴퓨터가 없는 학생도 많았다. 세월이 흘러 프로그램을 다루는 수준을 넘어 제작하는 수업이 의무화 된다니 취재하면서 조금은 놀라웠다.

코딩교육 의무화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컴퓨터 학원들은 초등학생 전용 수업을 개설하고, 교육자 배출을 위한 커리큘럼도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아직 공교육이 진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자 일각에선 천차만별 학원비와 교육자 수준, 시험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든 교육과정 변화에 혼선은 늘 있었다. 한때 대입에서 논술비중이 확대되자 때 아닌 글짓기학원 열풍이 불기도 했었다. 그러나 논술은 자기 생각을 채워 넣은 글이다. 10년 배워도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영어처럼, 논술을 주입식으로 가르치니 결국 논술 사교육은 축소되고 현재 대입 전형 폐지 위기에 놓여있다.

코딩도 논술과 같다. 코딩은 컴퓨터 언어를 기초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에 창의력과 수학적 알고리즘이 요구된다. 이를 주입식 교육처럼 가르친다면 앞서 말한 10년 배워도 한마디 할 수 없는 영어와 같게 된다.

취재를 하면서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은 코딩 학원 커리큘럼이 방학과 주말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하나 더 생긴 공교육에 아이들은 사교육으로 매일을 보내야 한다. 목표가 없는 교육 탓에 넘치는 고학력 실업자들이 양성됐다. 코딩교육만큼은 정부가 아닌 학부모들에게 재고를 권하고 싶다. 얇고 가느다란 지식을 심어주기 위해 아이의 행복과 잠 잘 시간을 뺏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공교육은 의무지만 사교육은 그렇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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