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투 20원이 환경을 살리고 있을까

[일간투데이 황한솔 기자] "건너편 편의점에는 공짜로 주던데 왜 여긴 봉지값 받나요?" 서울 동작구의 한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김씨는 우후죽순인 비닐봉투 제도에 헷갈리기만 합니다.

고작 200m 떨어진 곳엔 비닐봉투는 20원주고 받는가 하면 또 다른 곳은 비닐봉투 가격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가게에는 봉투가격을 현금으로만 받아 곤란할 때도 있습니다.

김씨는 "비닐봉투를 무료로 지급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는 곳도 있다"며 "단돈 20원이라도 돈을 받는다고 하면 아직 꺼림직 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용하기에는 편리하지만 분해되는데 수 백년 이상 걸려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는 비닐봉투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법을 마련했습니다.

1999년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33㎡(10평) 이상의 도소매 점포는 1회용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하면 안된다고 제정한 것입니다. 법 적용 대상은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편의점, 슈퍼마켓, 약국, 빵집 등입니다.

이런 비닐봉투 사용량을 줄이려 하는 정책은 좋지만 정작 사업주들은 여전히 헷갈리기만 합니다. 현행법 대로 비닐봉투 가격을 받고 싶지만 단골손님을 잃을까봐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지급하다 일명 ‘봉파라치’에게 걸리면 점주는 수십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눈치만 보고있습니다.

또, 비닐봉투 20원을 흔쾌히 지불하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불만과 불평을 하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3년에는 손님이 비닐봉투 가격 시비로 아르바이트생을 구둣발로 때리는 장면이 CCTV에 찍혀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환경보호차원으로 봉투가격을 받기로 한 것이라면 환경은 더 나아져야 하는데 오히려 비닐봉투 사용량은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환경부와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25억장이던 국내 비닐봉투 사용량은 2008년 147억장, 2013년 188억장으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예산문제로 환경부와 자원순환사회연대는 2013년 이후 사용량 조사를 중단했지만 전문가들은 이후 소비자 증가 등을 감안할 때 한해 190억장 정도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국민 1인당 사용량이 한해 370여장인 셈입니다. 

반면, 2013년 유럽연합이 내놓은 회원국 국민 1인당 비닐봉투 사용량은 독일이 70여장, 스페인이 120여장 입니다. 우리나라보다 3~5배나 적은 수치입니다.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 점주는 “봉투 크기에 상관없이 20원에 팔고 있다"며 "본사에서도 원가로 공급하고 있는 것이라 수익이 없어 따로 환경보호 활동은 안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환경부담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아온 비닐 봉투가격은 소비자가 제 값 주고 산 것일 뿐 환경보호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반면, 비닐봉투 사용량을 현저히 줄이고 있는 영국의 경우 비닐봉지 판매 수익금을 환경자선단체에 기부하고, 공익을 위해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단순히 비닐봉투 가격을 받으면 봉투를 덜 사용하겠다고 판단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효과 없이 점주와 소비자의 불만만 키웠습니다. 

정부가 정말 환경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좀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대처해야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시민들 역시 환경문제를 생각해야 합니다. 비닐을 썩는데 수백 년이 걸리기 때문에 환경을 생각해 비닐봉투 사용량을 줄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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