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우리나라도 애완동물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상당하다. 각종 통계에 의하면, 5가구당 1가구가 애완동물을 키운다고 하니, 약 1천만 정도가 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서구에 비하면 아직은 낮은 숫자지만 그래도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고령화와 미혼 인구의 증가는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애완동물이나 반려동물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애완동물은 특별히 사랑하거나 귀여워하여 가까이 두고 보기 위해 집에서 기르는 동물인데 반해, 반려동물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 사람을 돕거나 위로해주는 동물로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귀여운 강아지나 예쁜 고양이는 반려보다는 애완이 적절하고, 맹인의 눈이 돼 주거나 1인가구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개는 애완이라기보다는 반려가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애완동물로 통일한다.

■ 독일법엔 밀집형 닭장사육 금해

같은 동물이라도 가축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가축이란 사람이 길들여서 여러모로 이용하는 동물로서, 고기·털·젖·가죽 등을 얻기도 하고, 힘을 이용하기도 한다. 가축도 애완용으로 기를 수 있겠지만, 애완용이나 관상용 동물을 가축에 포함시키지는 않는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태도는, 동물은 이성적 존재가 아니며 어떤 대접을 받는지도 모르기에 보호가 필요 없다는 입장에서, 동물도 고통을 느낄 수 있기에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쳐, 동물을 완전한 생명체로 보아 이에 대해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발전돼 왔다.

우리나라에도 동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며, 독일이나 스위스 같이 헌법에 동물보호를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동물에게는 인간과 견줄만한 존엄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동물로서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동물권)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동물을 도살할 경우 몽둥이로 때려서 잡는다든지, 산에 덫을 설치해 동물을 잡는 행위를 금지하는 이유는 이러한 행위들이 동물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동물은 보호대상임과 동시에 식품대상이나 실험대상 등이 될 수 있어 보호의 정도와 범위를 정함에 어려움이 많다. 우리나라는 1991년부터 동물보호법을 시행했으니, 동물보호에 관한 한 선진 나라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나, 개고기 문화가 꼬리표로 달려 있어 아쉽다. 자주 먹는 사람은 3%에 불과하고 안 먹거나 거의 안 먹는 사람이 97%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애완동물에 대한 인간의 태도는 다양하면서, 편견이 심하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동물(개, 고양이, 말)이 그렇지 않은 동물(소, 돼지, 물고기)보다 더 사랑받으며, 귀엽고 순한 동물(토끼, 강아지, 고양이)이 더 보호되고, 인간이 만질 수 있고 쓰다듬을 수 있는 동물(개, 고양이, 말)이 나 아름다운 동물(공작)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돼지나 뱀을 애견으로 삼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고양이나 강아지는 무릎 위에 앉히지만, 돼지나 염소를 무릎 위에 앉히지는 않는다. 사람의 경우, 빼어난 외모로 얻는 프리미엄은 약 15%라고 하며, 실제소득도 평균 15% 높다고 한다. 돌고래는 언제나 웃고 있는 모습 때문에 대접을 받고 있으니 인물이 부족하다고 낙심하지 말자. 웃으면 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 동물보호 근본적 인식변화 절실

동물보호와 관련해, 사육방법, 도살방법, 동물실험과 관련해 풀기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다. 사육방법과 관련해, 소와 돼지는 살찌우고 번식하는 기능밖에 못하도록 사육되며, 닭의 경우 숨막히게 좁은 환경에서 1년에 약 300개의 알을 낳는다고 하니, 그야말로 막노동이다. 독일은 법으로 밀집형 닭장 사육을 금하고 있는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가축을 도살할 경우에 마취를 하고 도살해야 한다. 동물도 살고자하는 생존의지는 인간과 다르지 않기에, 온전한 의식이 있는 채 피를 흘리며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것은 금지돼야 한다. 동물실험은 더 큰 과제를 안겨준다. 인간의 생명을 위한 동물실험을 금할 순 없겠지만 일정한 제한이 있어야 한다. 무기나 담배생산을 위한 동물실험을 금지하고 있는 독일과 같이 일정한 영역에서의 동물실험을 제한하는 접근이다.

간디는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지 들여다보면 그 나라의 도덕수준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동물이 행복해야 그 동물도 보답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살충제 달걀사건을 달걀 하나의 식품에 관한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되며, 동물보호에 대한 보다 근본적 인식변화가 요구된다. 정작 밍크털이 필요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밍크라는 지적이, 머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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