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의 역사와 주요 사건 등을 되짚어 본다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댓글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습니다. 인터넷 게시물이나 뉴스 밑에 남길 수 있는 짧은 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은 어떻게 시작됐을까?…오늘은 ‘댓글’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댓글은 언제부터 시작됐는가?

댓글은 다른 말로 덧글, 코멘트(comment), 리플(reply)이라고 합니다. 각 온라인 사이트, 플랫폼마다 그 이름을 다르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통상 ‘댓글’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 2015년 카페에서 사용 중인 ‘덧글’ 명칭을 ‘댓글’로 변경한 사례도 있죠.

그렇다면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한 자료에 따르면 게시물 아래쪽에 짧은 글을 바로 덧붙이는 댓글시스템은 김택진 現NC소프트 대표에 의해 지난 1995년경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형식을 설계한 사람은 아미넷 오피니언리더그룹 회장·신비로 동호회 운영자협의회 회장을 지낸 유영진 씨라고 합니다.  

 

조선시대 세책점에서 유통된 한글소설 '낙성비룡'. 사진=연합뉴스

 

■ 조선시대에도 리플은 있었다

조선시대에도 인터넷은 없었지만 리플은 있었습니다. 조선시대 등장한 도서대여점, 세책점의 책에 독자들이 낙서를 한 것이죠.

책을 읽다가 느낀 감상을 간단히 적은 글부터 오탈자라던가 앞서 낙서한 사람에 대한 ‘리플’을 적어 놓기도 했다는 것이죠. 별 의미가 없는 글과 그림을 남겨놓거나 글자 연습을 하듯이 한자를 반복해 적는 등 다양한 낙서들로 가득찼다고 합니다.

「이 책 주인 보소. 이 책에 낙서가 많으니 다시 보수하여 세를 놓아 먹거라.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 어미를 종로 네거리에 갖다놓고…」 <금령전 中 / 조선의 베스트 셀러, 이민희>

가족 이야기를…무서운 말이긴 합니다. 이는 아마 악플이 아닐까 하네요.

 

지난 2014년 5월, 경기 안산시 단원도 화랑유원지에 마련된'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 조문객의 애도를 담은 글과 리본이 나부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나쁜 댓글에 얽힌 사건·사고들

지금부터는 조금 어두운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그동안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면서 댓글의 양도 많아졌습니다. 그 안에는 좋은 내용과 건전한 비판도 있었지만 잘 알지 못하는 타인을 무작정 비난하는 이른바 ‘악플’도 발달했죠.

악플의 화살은 대부분 유명인을 향해 있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마치 진실인것처럼 써내려갔던 것도 있었죠. 또한 고인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 본인이 아닌 부모 및 가족에 대한 욕설 등…그 악플 때문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나 지난 2014년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에도 악플은 사그라 들지 않았습니다. 특정 지역과 희생자에 대한 비아냥과 조롱은 도를 넘어선 상태였죠. 그 사람들은 정말 무슨 마음으로 써내려갔을까요? 자세한 내용은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최근에는 지난 2009년부터 2012년 대통령선거 직전까지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등에서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한 사건이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국정원 댓글 제보’를 받고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국정원 여직원과 대치했다는 보도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지난달 30일 SBS 보도에서는 김기현 前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이 출연해 양심선언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MB 정부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매일 아침 청와대 국방비서관실, 국방장관, 합참의장에게 댓글공작 결과를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법원은 원세훈 前국정원장에게 국가정보원법·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4년,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습니다.

국방부는 지난 8일 ‘사이버사령부 댓글사건’에 대해 의혹을 해소하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사이버사령부 댓글사건 재조사 TF'를 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약 30여명의 군검사, 군검찰수사관, 헌병수사관 등으로 구성됐고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당시 사건 조사 관계자는 배제했다고 합니다.

前국정원장에 징역이 선고됐고 前사이버사령부 간부의 양심선언도 이어진 마당에 국방부 TF팀의 조사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지길 바랍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지난달 21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선플SNS인권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인터넷에는 악플 밖에 없는 것인가…아름다운 댓글들

 

인터넷에는 타인을 헐뜯고 비난하는 악플밖에 없는 것일까요? 물론 의미 있는 '글'도 있습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두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그 쇳물 쓰지 마라 / 제페토>

 

아마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겁니다. 위 글은 지난 2010년 충남 당진에서 20대 철강업체 직원이 용광로에 빠져 사망했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제페토’라는 필명으로 한 포털사이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 고인이 된 청년을 추모하는 댓글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죠.

그는 그 기사뿐만 아니라 ‘건물 외벽 유리창 청소하던 40대 인부 추락사’, ‘자식에게 먹이고 싶어 체리를 훔친 엄마의 이야기’ 등 많은 기사에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의미있는 댓글은 ‘선플재단’의 ‘선플달기운동’에서도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이 운동은 인터넷 악플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선플을 달아주자는 운동으로 아름다운 인터넷 문화를 가꾸어 나가자는 것이 이 운동의 취지라고 합니다.

주요활동으로는 주제를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선플을 독려하거나 악플에 대한 대처법, 변호인의 무료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재단의 관계자는 “건전한 토론과 비판, 칭찬이 담긴 선플은 앞으로 비난과 반복으로 갈라진 우리사회를 통합시키는데 기초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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