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이구동성 '신중론' 제기
韓 보유세부담률 OECD 국가 중 3위
"보유세 인상 아닌 거래세 높여야"

▲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보유세 인상을 두고 당·정·청에서 엇박자를 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신중하게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취임한 이후 6·19 부동산 대책과 8·2 대책, 9·5 추가 대책 등 메가톤급 규제를 잇달아 내놓은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섣부른 규제 도입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위축, 이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16일 일간투데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거래세 언급 없이 보유세만 인상한다는 것은 균형적 관점에서 옳지 않다"며 "중장기적으로 거래세를 낮춰 부동산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보유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 실장은 보유세를 인상할 경우 시장이 침체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거래세가 높고 보유세는 낮은 편"이라며 "이들 국가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거래세를 인하하고 보유세를 올려 형평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전문위원 역시 "보유세를 인상하면 주택시장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는데 우리나라에선 부동산이 자산 비중이 제일 높기 때문"이라며 "주택시장의 부정적인 영향을 불가피할뿐더러 거래 위축에 따른 내수 침체도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신중론'이 제기된 데는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 보유세 부담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OECD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조세에서 재산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35개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나라는 영국으로 12.7%이며 우리나라는 11.03%로 회원국 중 3번째다.

이에 대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OECD 회원국 중 보유세 부담률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낮다는 논리를 펼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고 설득력도 부족하다"며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거래세가 낮고 보유세는 높은 편인데 조세 형평성을 따지려면 보유세를 인상할 게 아닌 거래세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제 형평성 측면에서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은퇴한 50·60대 베이비붐 세대들은 무소득인 상황에서 과세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서민증세'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논리다.

권 교수는 "보유세는 부동산을 소유한 만큼 정기적으로 부과하기 때문에 노후준비가 덜 된 베이비붐 세대들에게는 매우 큰 짐"이라며 "집만 보유했고 소득이 없는 이들에게 과세한다는 것은 '과세 공평의 원칙'을 깨뜨리는 것이므로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라고 역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전문가 역시 "과세 형평성을 따지기에는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부동산보유세 카드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둬야 한다"며 "자산가들이 현재 종합소득세와 종부세를 충분히 부과하고 있는데 보유세인상이 굳이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박도 나온다. 시민단체들은 근로소득은 소득에 따라 세금이 측정되는 반면, 부동산은 가치를 평가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이는 '불공정 과세'라는 것이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베이비붐 세대들은 그동안 막대한 부동산 시세차익을 누렸음에도 보유세 강화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실질적으로 부자들이 서민증세라는 프레임을 씌워 과세 정상화의 의도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부터 주택에 건물과 토지를 합산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매기고 있다.

미국의 경우 거주자 보유 주택에 대해서는 배우자의 죽음 또는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쳤을시 일정 비율의 재산세를 감세하는 '주택면제(homestead exemption)' 조치를 하고 있으며 노인과 저소득층 등 특정 계층에겐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s)'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서킷 브레이커는 소득보다 과도한 재산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납세자가 지방정부에 낸 재산세를 주(州) 정부가 환급해주는 제로로서 3분의 2에 해당하는 주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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