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활성화는 우리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한다. 전문성을 갖추고 세계시장에 나서는 중소기업이 많을수록 한국경제의 기본체력이 그만큼 튼실해지는 것이다. 다만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인력, 지본, 정보력 등 여러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정부가 중소기업 진흥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당위가 여기에 있다.

글로벌시대 중소기업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수십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비로소 세계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브랜드를 갖는 상품이 되는 것이다. 과거 대기업들이 내수에서 품질을 다듬어 세계시장에 진출했던 사례를 교훈 삼아야 한다. 한국은 자국 시장의 수요가 적기 때문에 세계시장을 자국 영토처럼 도전해야 한다. 한국기업이 이러한 이중고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한 중소기업 피해 대응을 위해 만든 '중국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 4개월 만에 사실상 해체한 것으로 확인돼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드 사태는 해결 시기 예측이 어려운데다 최근 롯데가 중국 사업 축소를 결정한 상황을 볼 때 중기부의 판단이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기부와 중국진출 기업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설치된 중국대응TF는 7월말 사실상 해산됐다. 담당 팀장은 더 이상 TF를 맡지 않고 다른 업무를 위해 파견을 나갔다. 당시 TF는 전국 14개 지방수출지원센터와 피해를 접수하고 지원체계를 주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경영안정자금으로 책정된 자금 규모만 750억원으로 3월말 288억원이 집행됐다. TF가 해산된만큼 추가 집행 내역은 보도자료와 같은 형태로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설상가상 이 같은 행정 행태는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로 밝혀졌다. 3월 중기부 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가 '특별지원단'을 코트라 내 설치했다. 지원단에는 중기부와 외교부, 관세청 등 관련 부처가 참여해 사드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로 기대를 모았다. 이 지원단도 사실상 기능이 멈췄다. 각 부처 지원단 파견인력은 담당부처로 복귀했고 산업부는 9월13일부터 각 부처를 모아 다시 TF를 만들 계획이다.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안일한 행정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해당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단기간 내 해결될 이슈가 아닌 사드에 대한 정부 대응이 미진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중기부 측은 사드를 간과한 게 아니라 4월 이후 기업으로부터 민원이 거의 없었다며 조직 개편 시기와 맞물리면서 TF를 해산했지만 이 역할을 다른 부서에서 수행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산업부 역시 9월 초 만들어지는 TF는 종전보다 기능이 확대된 측면이 있고, 기존 부서에서도 사드 대응 업무를 담당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의 해명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인력, 기술안내 매칭, 금융상담, 노무, 회계, 법률상담, 무역상담, 통·번역, 특허상담 등 여러 부문에서 실시간으로 도움을 줘야만 기업애로가 어느 정도 풀릴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의 경우 범정부 차원에서 확실한 컨트롤타워 체제로 대응해야 피해 최소화를 기할 수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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