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가액 24조·일본 여론 감안 의결권 지분 15% 제한
낸드 2위 도약 디딤돌 마련…"최종 본계약까지 기다려야" 신중론도

▲ SK하이닉스 로고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도시바의 잇단 말바꾸기로 혼전에 혼전을 거듭하던 도시바메모리 인수자로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최종 낙점됐다. D램 분야 세계 2위인 SK하이닉스가 4위 수준인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2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외신 보도만 나왔을 뿐 아직 공식 발표나 최종 통보가 없었다면서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교도통신과 로이터 등 외신들은 20일 도시바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지난주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한·미·일 연합에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한·미·일 연합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가운데 일본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INCJ)·일본 정책투자은행(DBJ)·SK하이닉스·애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에는 SK하이닉스등으로 구성된 한·미·일 연합,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주축인 신 미·일 연합,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이 뛰어들어 치열한 각축을 벌였다.

도시바는 지난 6월 한·미·일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조건에 대한 이견과 WD의 잇단 소송전 압박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돌연 지난달 말 대상자를 WD가 주도하고 있는 신 미·일연합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지분율과 경영권 등을 놓고 양측이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여기에 한·미·일 연합에 미국 애플이 컨소시엄 투자자로 참여하고 매각 금액을 기존 2조1천억엔에서 2조4천억엔(약 24조6천억원)으로 상향 제안하면서 다시 이들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협상을 재개하는 등 협상과정은 반전과 혼전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결국 한·미·일 연합이 최종 인수자로 선정된 것이다. 당초 도시바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에 도시바메모리를 넘기는 것을 꺼렸으나 경영권 관여를 억제하겠다는 것을 보장받으면서 원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한·미·일 연합쪽으로 다시 기운 것이다.

일본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시바는 매각 방침에 반발한 WD와 합의한 대로 2주 안팎의 시간을 두고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분구조는 베인캐피탈 49.9%, 도시바 40%, 일본 기업 10.1%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탈 대출 융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할 전망이다. 기술유출 방지와 전략산업 유지를 이유로 해외기업으로의 매각을 반대하는 일본 현지 여론을 감안해 장래에 취득할 의결권 지분 비율도 15% 이하로 제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베인캐피탈과 함께 도시바의 웨스턴디지털 소송 비용 일부도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 6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WD로의 협상자 교체, 다시 한·미·일 연합과의 MOU 체결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도시바의 전력을 감안할 때 최종 계약서에 서명이 이뤄지기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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