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보유자산 축소를 공식화함에 따라 1천400조원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연준은 20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4조5천억 달러 규모로 늘어난 보유자산을 다음 달부터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준금리는 시장의 예상대로 1.00∼1.25%로 동결했다.

연준은 이틀간 열린 정례회의에서 일단 내달 100억 달러(한화 11조3천억원) 규모를 시작으로 앞으로 계속 보유자산을 축소해나가기로 했다.

연준은 그동안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의 만기가 돌아오더라도 이를 다시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유지해 왔다.

연준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침몰한 경기를 부양하려고 양적 완화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보유자산 규모가 9천억 달러에서 4조5천억 달러(약 5천78조원)까지 다섯 배로 불어난 상태다.

보유자산이 축소되면 그동안 시중에 풀렸던 돈이 회수돼 사실상 금리상승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 1천400조원 넘은 가계 빚…취약차주 중심 부실화 우려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8·2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은행과 보험사, 저축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가계대출은 8조8천억원 늘었다.

가계부채는 지난 6월 말 현재 1천388조3천억원으로, 금융위가 발표한 7월 가계부채 증가액 9조5천억원과 8월 8조8천억원을 합하면 9월 중순인 현시점에서 1천40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 빚이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로 국내 시장금리 상승세에 속도가 붙을 경우 부채상환 능력이 취약한 가구를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

BNP파리바의 분석에 따르면 내년 말까지 미국과 유로존, 영국, 일본 등 주요 4개국 중앙은행의 자산매입규모는 보유자산 재투자를 제외하면 현재보다 월 70%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65bp(1bp=0.01%포인트), 독일 국채금리는 100bp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시장 이자율 상승압력이 증가하면 한국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해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고, 이는 가계지출 감소로 이어져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보유자산 축소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금리인상 압박 커지나…복잡해진 한은 금리 셈법

한편, 미 연준의 긴축 행보는 한은 금통위의 금리 결정에도 주요 고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자산축소 계획을 골자로 한 이번 FOMC 결정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예견돼온 시나리오에 따라 미국이 단계적인 금리 인상이나 자산축소에 나서기로 한 만큼 이미 금융 및 실물시장에 선반영돼 있다는 설명이다.

오는 12월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경우 현재 같은 수준인 양국 기준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돈줄죄기로 방향을 잡는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금리역전이 곧바로 자본 유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혹여라도 현실화되면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 외에도 한국 경제에 중차대한 변수가 많다는 점이다. 북핵 리스크가 높아진 데다, 수출 등 경기와 물가 등도 방향성이 확실하지 않다.

북핵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어서 한은은 내달 금통위 때 수정경제전망을 내놓을 때야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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