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고 있는 북·미 간 ‘말 폭탄’ 싸움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예측불허 상황에서 ‘제2의 한국전쟁’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현실화는 안 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호전적이고 인권유린적 범죄집단인 북한을 상대로 한 전쟁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한민족 공멸’을 맞을 공산이 불보듯 훤하다.

그러나 현실은 전쟁 일보 직전 같은 엄중한 상황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있기 몇 시간 전 미국 측이 북한 동해상의 국제공역에서 전략폭격기 비행을 실시하는 등 북한과 미국이 첨예하게 대치했다. 지난 19일 '완전한 파괴'를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개 짖는 소리'라고 맹비난했던 리 외무상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 맨'으로 부른 것을 겨냥, "전체 미국땅이 우리 로켓의 방문을 더더욱 피할 수 없게 만드는 만회할 수 없는 과오를 저질렀다"고 했다.

물론 현 시점에서 북한이 ‘괌 포위사격’ 같은 미국을 상대로 무모한 도발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이긴 하다. 우군인 중국과 러시아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절대 도박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오히려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나 그 밖의 전략적 도발을 이어가며 당분간 긴장을 고조시키려 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의 치밀한 외교력과 탄탄한 안보태세 등이 요청된다. 북한과 미국 간 전쟁이 벌어진다면 미국이 먼저 방아쇠를 당기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대북 대응 기조의 근본적 변화를 꾀하면서 선제타격보다 한발 앞선 조치라고 볼 수 있는 ‘예방전쟁(preventive war)’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예방전쟁은 적의 공격 징후가 임박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적의 전력이 강해졌다고 판단될 때 전면전을 막기 위해 먼저 공격하는 개념이다.

미국이 공격을 결심한다면 1차 타격 대상은 북한 핵시설과 주요 탄도미사일 발사 및 저장기지, 제조 공장, 북한 주석궁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군의 제한적 폭격 대상에서 제외될 북한 전방 전력의 보복 공격은 불문가지다. 북한은 재래식 무기 또한 가공할 화력을 지니고 있음을 가볍게 볼 수 없다. 문제는 북한이 대남 공격 시 생화학전으로 번질 경우 수도권 2000만 인구가 무차별적인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상황 관리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예컨대 문재인 대통령은 안보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면서, 국내외 다채널을 통해 북한과의 접촉으로 긴장 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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